[몽글이의 과학다반사]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 2017년 노벨 생리학 또는 의학상은 생명체가 하루의 시간 동안 가지는 주기적 변화를 설명하는 유전자 및 생리 물질을 찾아낸 연구를 한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생명을 포함해 모든 자연은 주기적 현상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심장 리듬, 소리, 파도와 같은 리듬을 생각할 수 있고 소리부터 핸드폰의 전파, 전기의 교류와 같이 일상생활의 대부분은 주기를 갖는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리듬 중 24시간 하루 주기를 가지는 생명체의 특징을 일주기 리듬이라 부른다. 지구 전체는 태양의 주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안의 생명체들도 태양의 주기에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태양의 활동에 반응하여 생명체의 주기가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 본다.

생명체의 주기적 활동에 태양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빛의 양에 생명체가 반응하게 된다면 백야 현상에서 인간은 계속 잠들어 동면할 수 있는지 반대로 밝은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일주기 리듬은 오히려 생명체 안에는 24시간 주기에 가까운 리듬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단백질 및 호르몬 등이 주기적으로 늘어나고 감소하는 리듬을 가지게 되어 생명체는 주기적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알려 주었다. 생명체는 빛에 단순히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생명 활동의 지속적 유지를 위해서 하루의 주기를 가지는 생화학적 조절도 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체를 정의할 때 유기화합물의 구성, 유기합성의 작용 등과 함께 세포의 생성, 성장, 사멸 같은 주기적 활동과 심장 리듬과 같은 생체 리듬의 유지를 포함해야 한다.

만약 생명체의 정상 리듬을 방해하는 환경에 있거나 활동을 하게 된다면 생명체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야근이 이어져 빛이 차단된 환경에서 생활한다면 생명체의 하루 주기 리듬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일주기 리듬은 주어진 환경에 의해 달라지기도 하지만 사람마다 변화 주기의 시점에 차이를 보인다. 사람마다 일주기 리듬에 영향을 주는 대사 활동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면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멜라토닌 호르몬은 호르몬의 양뿐만 아니라 호르몬의 작용 민감도에 따라서 사람들의 수면 주기는 다를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의 다양한 주기 변화에 따라 활동할 수 있게 사회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 늦게 잠드는 이들은 그만큼 강제로 수면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생명체의 일주기 리듬은 빛의 주기성과 관계가 있지만 그만큼 생체 내의 시계가 만드는 생리학적 변화가 중요하다.

문제는 사회가 사람의 다양한 주기 변화에 따라 활동할 수 있게 이루어지지 않고 출퇴근 시간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새벽 늦게 잠드는 이들은 그만큼 강제로 수면 시간이 줄어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2017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유전학자다. 생명체 내의 일주기 리듬이 존재하고 외부의 환경뿐만 아니라 생체 내 시계도 가지고 있다는 내용만큼 생명체가 일주기 리듬에 관련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생명체의 주기적 활동은 유전자가 관여하고 있다. 이 사실은 수면, 각성 주기, 호르몬의 변화가 쉽게 변할 수 없거나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인간의 활동에 누군가는 힘들 수 있다는 뜻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주기와 개인의 일주기 리듬이 맞지 않을 때 수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약을 써 억지로 자거나 일주기 리듬에 관여된 호르몬 및 대사물질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일주기 리듬을 파악해서 이에 생활 주기를 맞추는 것이다.

일주기 리듬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주기적 활동을 조금 생각해 보면 생명을 포함한 자연의 활동들은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도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게 한다. 특히 생명체는 필요한 대사물질이 만들어지면 늘어난 대사물질은 더이상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를 주어 적절한 양을 유지한다. 마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방의 온도가 내려가면 보일러를 켜서 온도를 올리지만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보일러를 꺼 온도를 유지시키는 방법과 같다. 생명체는 이처럼 생명활동에 필요한 생화학 물질을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억제(inhibition)하게 된다. 많은 경우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억제하는 기능이 상실될 때 많은 질병이 발생한다. 생명체는 생산과 억제를 조절하고 잘 조절되는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주기성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생체 시계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생명을 포함한 자연이 주기적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예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침이면 서쪽 하늘에서 해가 뜬다는 사실, 언제 배고파지는지 언제쯤 잠이 들 것인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생명체의 주기적 활동의 결과다. 즉,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대부분은 주기적 현상을 가진다. 이처럼 주기적 현상이 보여 주는 예측 가능성은 과학이 가능한 근본 이유가 된다. 자연은 원인 결과의 인과관계가 있지만 적절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억제하는 제어 구조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욕심은 종종 원하는 결과만 늘리기 위해서 적절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재앙을 맞기도 한다.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핵발전소가 폭발해서 온 인류에 재앙을 낳는 것처럼 인간을 위한 기술은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과정과 함께 제대로 제어할 수 있는 억제하는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생명체의 주기적 현상은 일정한 범위에서 유지할 수 있는 되먹임 제어(feedback control)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주기 리듬은 하루라는 시간 동안 생명활동에 필요한 대사물질들이 일정한 범위에서 조절될 수 있는 되먹임 과정(feedback loops)을 통해 만들어진다.

"하느님께서는 다시 “오늘”이라는 날을 정하셨습니다."(히브 4,7)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말처럼 행복도 불행도 슬픔도 기쁨도 한없이 지나치지 않게 하느님께서는 오늘을 정해 주셨다고 했다. 어떤 것도 지나치지 않게 하루라는 시간으로 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이라고 정하셨고 오늘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반복되는 매일이라는 주기를 통해 인간은 매일을 어느 정도 예측하면서도 좀 더 나은 삶을 희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히브리서의 문장에서 더 눈에 들어오는 단어는 오늘이 아니라 “다시”다. 시간은 사실 주기를 갖지 않는다. 그 언제부터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는 중이고 그 안에서 하루라는 주기를 만들고 인간은 매일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주기 리듬이 가지는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사회는 개인이 가지는 유전적 특징에 따라서 사회의 활동을 계획할 수 있는 미래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몽글이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컴퓨터를 통해 통찰하고 싶은 
과학을 사랑하는 
곰 닮은 과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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