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주민 등 제주도청 앞 무기한 천막 농성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신속하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10월 10일부터 제주 성산읍 주민들과 시민사회 단체가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성산읍 주민 1명은 농성과 함께 9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데, 16일에는 성산포 성당의 임남용 주임신부, 신제주 성당의 현문권 주임신부, 제주 애덕의 집의 현성훈 신부가 직접 농성장을 찾아 주민의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농성을 응원했다.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 마을에서 온 문정현 신부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제주도청 앞 농성장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대 방문하고 있다"면서 “17일에는 농성장의 천막을 철거하라는 제주시 계고장이 나왔지만 같이 있던 사람들이 막아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문 신부는 공군참모총장이 제2공항을 군사공항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강정의 사례처럼 매수된 일부 사람들의 말을 주민 모두의 의견으로 둔갑시키고, 군사 목적이 아닌 민군복합형이라고 꼼수를 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군복합이라고 말한 제주해군기지에는 미국의 이지스함 등의 군함들만 드나들고 있는 걸 보고 있지 않냐”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이나 함께하는 사람들 모두 제2공항이 틀림없이 제주해군기지와 연계된 공군기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신부는 단식 농성장에 제주시에서 단속이 왜 나왔겠느냐면서 “제2공항 진행 과정에서 법적 절차도 무시하고, 온갖 편법 탈법 다 써 가며 진행해 주민 동의도 없이 이미 관련 용역 예산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청 앞 농성장에서 문정현 신부가 "STOP 제2공항!"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출처 = 우리마을 이야기(제주 제2공항 반대) 페이스북)

제주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는 9월 22일 "제주도가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용역 방향을 정해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전달된 공문 내용에는 도민들의 의견이 왜곡돼 들어갔다"는 주장을 담은 '제2공항 건설 계획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냈다.

이들은 내륙에 공항을 짓는 것은 해안형을 선호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면서 "24시간 공항 운영을 위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가치를 최우선 고려해야 하는데도 제주도는 여러 마을을 관통하는 내륙에 입지를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건설이 예정된 성산지구는 오름으로 둘러싸여 있다"면서 제2공항을 완성해도 "언제든 대형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국제공항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16년 4월에 비행 안전을 위해 10개의 오름을 깎아 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편 제주도 공항확충지원단 관계자는 “공항은 건설에만 10년이 걸리는 사업이라서, 지금 시점에서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생긴다”라면서 “제주도에서는 제2공항 반대 측과 대화를 하려고 요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반대 측에서 이렇다 할 대화 의사가 없는 상태” 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위법한 과정을 거쳐 제2공항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제2공항 건설은 제주도가 아닌 국가사업이며 따라서 국토교통부 관할”이라고 했다.

또 그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2016년 1월부터 제2공항 관련 주민소통팀을 만들어 직원들이 성산읍 지역에 상주하고 있다”면서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주민들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로서는 여론조사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제주도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반대보다 2배 정도 많았다. 이는 제2공항 건설 외에 기존 공항 활용 등 다른 대안이 전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나온 결과다.

2015년 2월 국토부 차관은 "2014년 8월에 '제주지역 항공 수요조사'를 마쳤는데, 2030년이면 제주지역 항공수요는 지금의 2배 규모인 4424만 명으로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전농제주연맹, 제주여민회 등 지역 시민사회 단체가 모여 만든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은 1년 동안의 토론한 결과라면서 "2030년에 현재 2배인 4000만 명의 항공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제의 핵심은 "제2공항 건설로 기하급수로 증가할 관광객에 대해 어떻게 풀어 갈지에 대한 제주도, 국토부의 계획이 전무한 것"에 있다면서 "제2공항 건설 계획은 결코 제주도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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