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축소 의견도 53퍼센트, "정부, 무겁게 알아들어야"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로 최종 결론을 발표했다.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은 20일 시민참여단 조사 결과 건설 재개 59.5퍼센트, 중단 40.5퍼센트였으며, 핵발전 축소와 유지, 확대에 대한 의견은 축소 53.2퍼센트, 현 상태 유지 35.5퍼센트, 확대 9.7퍼센트로 신고리 5, 6호기는 건설하더라도 핵발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건설 재개 뒤 보완조치에 대한 의견으로는 “핵발전의 안전기준 강화(33.1퍼센트),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기 위한 투자 확대, 사용후 핵연료 해결방안 마련, 원전비리 척결과 관리의 투명성 강화, 핵발전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보장과 보상” 등을 제시했다며, “시민참여단이 제안한 보완 조치에 대해서 정부가 면밀히 검토하고 세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 위원장은 최종 조사 설문에서 건설 중단과 재개 결정 모두에 대한 보완 조치를 물었고, 시민참여단 대부분이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이 결과도 정책에 충실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 4번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연령대에서 건설 재개에 대한 의견이 높아졌으며, 특히 20-30대의 증가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20대의 경우, 건설 재개 의견이 1차 조사 17.9퍼센트에서 4차에서는 53.1퍼센트로 높아졌다.

건설 재개와 중단에 대해 시민 2만 명이 참여한 1차 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 36.6퍼센트, 건설 중단 27.6퍼센트, 판단 유보 35.8퍼센트였지만, 최종 조사에서는 건설 재개 57.2퍼센트, 건설 중단 39.4퍼센트, 판단 유보 3.3퍼센트로 차이가 벌어졌다.

밀양 주민들은 지난 5일간 서울 광화문에서 108배를 하며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건설 재개 결정났지만, 핵발전 축소 의견도 53퍼센트
핵폐기물 처리 문제 함께 다뤘어야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 위법성에 따른 허가취소 소송 진행 중

이 같은 공론화위원회 결과에 대해 탈핵 정책을 지지해 온 이들은 공론화위원회의 한계를 지적하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에도 불구하고 핵발전 축소 의견이 50퍼센트를 넘겼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가 탈핵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문재인정부 동안 늘어나는 핵발전소는 모두 5기가 된다며, 노후 핵발전소 중단부터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녹색연합 상임대표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공론화위원회 합숙토론회에서 본 바로 시민참여율도 높았고, 결과를 떠나 핵발전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현실을 진단하는 효과도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공론화위원회가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서 아쉬운 점이 대단히 많았다. 이를테면 시민참여단 구성에서 인구비율로 선정해 정작 핵발전 지역 주민의 참여율이 낮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조 신부는 이번 공론화는 탈핵 전반이 아니라 신고리 5, 6호기 건설 여부만 다뤘기 때문에 경제성만 부각됐다고 지적하고, “하지만 핵발전 축소 의견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부는 그 의미를 헤아려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조사로 핵발전 자체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탈핵을 위한 활동 방향도 핵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탈핵 이후의 대안, 에너지 민주주의의 필요성 등 우리 삶과 직접 연관된 부분을 눈높이에 맞춰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불교생태컨텐츠연구소 최원형 소장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만이 아니라 가동할 때 생기는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함께 다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후 사회 전반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핵발전 안전 강화를 위해 안전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탈핵연대 양기석 신부도 핵폐기물 문제를 강조하고, “핵폐기물에 대한 공론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공론화를 성과 위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양 신부는 정부는 핵발전이 위험한 방식이라는 것은 공감하지만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고민하지 않거나 과거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탈핵 정책 이전에 전력수요 예측치를 먼저 바로 잡고, 변화 가능성을 가늠한 뒤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전력수요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비용문제를 위주로 탈핵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탈핵운동 방향에 대해서도, “그동안 탈핵운동이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 에너지 정의나 윤리보다는 비용을 최우선 하고 있다”며, “현실의 벽을 다시 제대로 파악하고 새롭게 틀을 짜야 한다”고 당부했다.

탈핵법률가 모임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이번 공론화위원회는 수십 년간 정부의 원전 홍보에 익숙해진 분위기에서 출발했고, 관련 정부기관에서 논리를 제공하고 토론에 나오는 등 “처음부터 상당히 불공평한 틀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신고리 5, 6호기 건설 결정 과정에 많은 위법성이 있어 현재 그린피스와 함께 건설허가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건설허가 위법성 문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공론화위원회 결과 뒤 소송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선을 다해 위법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0일 오전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 제공 = 공론화위원회)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은 논평을 내고, “시민참여단이 공론화기간 동안 보여 준 진중한 토론 모습과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공론화 기간은 너무 짧았고, 한수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적절한 건설재개 측 활동이 상황을 악화시켰지만 정부와 위원회는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참여단 53.2퍼센트의 핵발전소 축소 의견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핵발전소 안전성 강화, 신규 핵발전소 중단, 노후 핵발전소 조기 폐쇄 등 임기 내에 실질적인 핵발전소를 축소하는 것이 시민참여단의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생명, 안전,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탈핵에너지 전환을 시작하라”고 주문했다.

또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를 요구해 왔던 밀양 주민들은 “공론화위원회 결과나 대통령의 선택과 관계없이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며,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로 다음 세대에 넘겨질 엄청난 위험과 부담을 덜어 주고, 탈핵 세상을 연 사람들로 남고 싶다. 또 언젠가 밀양 송전탑을 철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지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공론화위원회 결과 발표 뒤, 브리핑을 통해 “지난 3개월간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제안해 주신 공론화위원회의 뜻을 존중하며, 권고안을 토대로 후속 조치가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6월 27일 정부가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공론조사를 결정한 뒤 7월 24일 김지형 위원장과 위원 8명으로 출범했다. 8월 25일부터 보름간 2만 6명에 대한 1차 전화조사, 9월 11일 시민참여단 500명 선정, 9월 16일 2차 조사,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시민참여단 종합 토론과 3, 4차 조사를 거쳐 10월 20일 최종 회의와 결과발표를 끝으로 활동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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