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지 물어 오신 분이 계십니다.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보통 세례를 받을 사람이 소속 본당에서 정해 놓은 연간 일정에 따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본당에서는 일반적으로 연간 두 차례 세례성사가 거행됩니다. 부활절과 성탄절에 맞춰서 말이지요.

예비신자의 소속 본당은 통상 그가 실제 거주하는 주소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가 본당의 일정에 따른다는 것은, 예비신자 모집 시기부터 시작하여 교리 수업을 받는 기간(통상 6개월-1년 정도)을 거쳐 세례성사를 받을 때까지의 일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개인사정상 자신의 거주지 본당에서 교리를 들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엔 다른 본당에서 교리를 듣고, 세례도 그 본당에서 받은 후 세례대장을 소속 본당으로 옮겨 올 수 있습니다.

세례성사가 실시되는 시기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사정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례성사는 본당사제가 세례를 청하는 이의 상황을 고려하여 수시로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여 다시 말씀드리면, 세례는 본당사제의 재량에 따라 연중 어느 때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례성사의 의미를 고려해 볼 때 기본 지침이 있습니다. 교회법전 제 856조에 따르면, 세례는 어느 날에든지 거행할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주일에나 또는 가능한 부활전야에 거행되도록 권장됩니다. 

세례상사의 의미를 되새기기 가장 훌륭한 시기가 부활전야다. (이미지 출처 = PxHere)

세례성사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가장 훌륭한 시기가 부활전야입니다. 그리고 주일은 작은 부활절이기에 교회는 그와 같이 권고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세례는 우리가 죄에 짓눌려 죽을 운명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음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시고 죽었다가 부활하신 날이 일요일이기에 우리는 일요일을 “주님의 날”, 곧 주일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부활 사건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이처럼 세례성사를 통해 우리는 죽음을 이기고 생명으로 건너간 “파스카”, 부활사건에 동참하게 됩니다. 우리는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들입니다. 그래서 부활절 혹은 주일에 교회 공동체가 모여 세례성사에 참여함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 기억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세례식 장면은 약 십 년 전에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오래된 베네딕도회 수도원에서 거행된 것입니다. 저는 부활절을 앞둔 성삼일 피정 중에 있었고, 부활성야 미사 중에 수도원장님이 베레니스(“진실”이란 의미를 담은 이름)라는 아기에게 세례를 주셨습니다. 수녀님 두 분이 노래를 부르며 대야에 물을 부었고, 원장님은 기도하며 아기를 들어 물에 담갔다가 들어 올렸습니다. 물에 잠겼다가 구해졌음을 보여 주는 장엄한 예식이었습니다.

사족: 세례식이 언제 거행이 되든 세례식에는 항상 부활초를 밝혀 둡니다. 세례성사가 부활의 표징임을 보여 주는 것이며 세례받은 이가 빛의 자녀임을 알려 줍니다. 따라서 부활시기가 지나면 제단에서 부활초를 치우지만, 세례식이 있을 때는 언제든지 다시 불을 밝힙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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