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미사 중에 축성되어 성변화된 빵과 포도주, 즉 성체와 성혈을 들어올려 신자들이 쳐다보고 경배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거양성체라고 합니다. 용어의 의미를 엄밀히 따진다면, 성체를 들어 올리는 행위만을 가리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양성혈이란 말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리는 것 모두를 보통 거양성체라고 합니다.(가톨릭대사전 참조)

거양성체는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던 마지막 만찬을 재연할 때 합니다. 사제는 마지막 만찬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예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를 미사 때마다 보여 줍니다.

“스스로 원하신 수난이 다가오자, 예수께서는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해 내어줄
내 몸이다.

저녁을 잡수시고 같은 모양으로 잔을 들어 다시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나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사제가 미사 중에 성체를 들어 올리고 있다. 이를 거양성체라고 한다. (지금여기 자료사진)

굵게 쓰인 부분을 바꾸거나 빠뜨린 것 없이 그대로 말하고 나서, 사제는 성체와 성혈을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볼 수 있도록 들어 올립니다.(거양) 그렇게 들어 올린 그 상태로 잠시 멈춰 있다가 성체와 성혈을 제대 위에 내려 놓습니다. 그리고 몸을 깊이 숙여 절합니다.

이렇게 성체와 성혈을 들어 올리고 짧게 머무르는 동안 사제나 신자들이 속으로 바치는 기도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지를 질문 받았습니다. 

사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기도문은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순간에 ‘이는 나의 주님, 나의 구세주이십니다’ 라고 속으로 천천히 고백합니다. 특정한 지침이 없기에 성체와 성혈을 기리는 의미의 어떤 기도든 바칠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해천주교요리”(윤형중, 1956년 초판)와 같이 오래된 책으로 교리를 배우신 분들은 거양성체 때 속으로 바치는 기도가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즉, 성체를 들어 올리고 나서는 ‘내 주시여 내 참 천주시로소이다’, 성혈을 들어 올리고 나서는 ‘지극히 거룩한 예수성심이여, 당신의 마음과 제 마음이 같게 하소서’ 라고 말입니다. 성체를 바라보면서 예수님을 주님이시라 고백하고, 성혈을 바라보며 예수성심을 기억합니다. 이때, 성혈을 바라보며 예수성심을 부르는 것은 심장으로부터 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표현이 너무 옛날 것처럼 들린다면, 좀 더 자연스러운 것으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신자분들도 성체와 성혈을 거양할 때 함께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저 짧은 기도를 바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미사 내내 지긋이 눈을 감고 계시는 신자분께는, 종소리가 나고 성체를 들어 올릴 때만큼은 눈을 뜨시고 제대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함께 경험해 보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이때 마음속으로 저 짧은 고백과 기도를 바친다면 하느님께로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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