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새로운 균형점" 발언 인용은 사실 호도 지적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27일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된 정부 답변에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26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 청원에 대한 답변에 유감을 표시하고, 인용된 교황 발언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라고 공개질의했다.

당시 조국 수석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도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이는 마치 교황이 낙태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기본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마치 천주교가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갖게 하며,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사실을 바로잡아 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가톨릭교회는 낙태 역시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유아 살해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태아의 생명이 침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확인하고, “청와대가 언급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답변을 요청했다.

한편,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 정재우 신부는 27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조 민정수석이 언급한 교황의 “새로운 균형” 발언은 “낙태를 두고 언급한 말이 아니”라고 한 바 있다.

정 신부에 따르면, 조 민정수석이 인용한 발언은 2013년 9월 이탈리아 잡지 <치빌타 카톨리카>에 실린 것으로 “새로운 균형점”은 가톨릭교회가 교리를 선포할 때 사람들에게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이 인용한 "새로운 균형점"은 아래와 같은 교황의 발언 속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낙태, 동성 혼인, 그리고 피임 도구의 사용에 관련된 문제들만 내내 주장할 수 없습니다. 가능하지 않아요. 나는 이런 문제들에 관해 그리 많이 이야기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다고 질책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문제들에 발언할 때면, 우리는 그 문제들이 놓인 상황을 보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은, 그런 문제에 관해, 명확하고, 나 자신도 교회의 아들입니다만, 내내 이 문제들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회의 여러 교의적, 도덕적 가르침들은 서로가 모두 동등하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교회의 사목적 직무는 교의들을 뒤죽박죽인 채로 왕창 전달하면서 모두 즉시 실행하라고 하는 데에 매여서는 안 됩니다. 선교사적 스타일로 (복음을) 선포하는 일은 본질들, 필요한 것들에 초점을 둡니다. 이는 또한 (사람들을) 더욱 매혹시키고 끌어들이는 것이기도 하고, 사람들 마음을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기도 한데, 마치 엠마오로 가는 길에 (부활한 예수를 만난) 제자들에게 일어났던 것처럼 말이지요.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의 도덕적 건물(체계)은 마치 카드로 쌓은 집처럼 무너질 것 같아요. 복음의 신선함과 향기를 잃은 채 말이지요. 복음의 제안은 더 간명하고 더 심오하며 더 (빛을) 발산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명제로부터 도덕적 결과들이 흘러나오는 것입니다.” 
(참조- 교황 인터뷰 영어판 원문, 
https://w2.vatican.va/content/francesco/en/speeches/2013/september/documents/papa-francesco_20130921_intervista-spadaro.html)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27일 '낙태죄 폐지' 청원과 관련된 정부 답변에 입장을 밝혔다. (이미지 출처 =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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