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사무총장 만나 적극 역할 요구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가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 국가인권위의 적극적 개선 권고를 촉구하고, 이를 정리한 문서를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가 참여하는 이주인권협의회는 12월 12일 오후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충남 지역에는 인권조례가 이슬람을 조장한다며 노골적으로 타 종교를 능멸하고 혐오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게시되어 있다”고 예를 들며,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조장하는 것은 국제 기준으로는 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협의회는 2018-22년 적용되는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 이주민 인권보장, 차별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은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다를 바 없으며, 보여주기식 전시행정과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월 28일 법무부가 공개한 제3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안)은 ‘국민이 공감하는 활기찬 이민 사회’,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안전한 사회’, ‘이민자의 자립과 참여로 통합되는 사회’ 등 5가지 정책 목표를 내용으로 한다. 중점 과제로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취업이민자 유치, 안전과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는 국경관리 체계 구축, 이민단계별 정착 지원 및 건전한 민주시민 양성, 이민자 인권증진 및 차별방지를 위한 법, 제도 개선 등을 내세우고 있다.

4대종단 이주, 인권협의회가 12월 12일 국가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종차별 금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강한 기자

한편, 협의회는 이주민 정책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개선 권고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이주민 인권에 대한 UN의 권고를 정부 당국이 외면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가 국제적 인권기준을 적극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중 이상민 신부(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는 이민과 난민을 주제로 한 2018년 세계 평화의 날 교황 담화를 인용해 소개했다.

이 담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250만 명의 난민을 포함한 2억 5000만 명 이상의 전 세계 이주민들”을 언급하며 “전쟁과 기아를 피하여, 또는 차별과 박해와 빈곤과 자연 훼손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 모든 사람을 자비심으로 끌어 안자”고 말했다. 또한 교황은 “정부 지도자들은 예지의 덕으로써, 환대와 증진과 보호와 통합을 위한 실질적 대책을 강구하고, 올바로 이해된 공동선을 해치지 않는 한계 내에서, 새로운 공동체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중남 불교 조계종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운영위원은 “외국에서 태어나 보호자를 따라 국내로 이동한 아동과 국내에서 외국인 부부 사이에 난 아동 13만 명이 비국적자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위원은 “이주아동을 관할하는 소관부처들이 ‘부모가 비국적자여서 아동이 비국적자고, 그러므로 국적을 전제로 하는 법체계상 배려할 방법이 없다’는 식의 회피성 순환논법에서 벗어나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아동에게 최상의 이익이 되도록 출생등록제나 특별체류지위 부여 등 가능한 제3의 대안들을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협의회는 임금체불, 사업장 변경의 어려움을 겪은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례, 할례와 성폭력을 피해 외국을 떠돌다 한국에 온 라이베리아 난민 모녀 사례를 소개하며, 이주노동자, 난민 처우 개선을 요청했다.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은 협의회 대표들과 만나 이번 입장 발표와 관련된 문서를 받았다. 조 사무총장은 협의회가 이주노동자, 난민, 여성과 아동 문제 사례들을 모아 제시해 준다면, 국가인권위가 이주민들을 위한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2016년 12월 14일에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종차별금지 법률 제정, ‘UN이주민권리협약’ 국회 비준, 고용허가제 폐지와 이주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국회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상민 신부(천주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등 4대종단 이주인권협의회 대표들이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인종차별 문제에 관한 문서를 주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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