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가톨릭 언론에서 일하며 매년 마주치는 힘겨운 주제로 KAL858기 사건이 있다. 신성국 신부(KAL858기 사건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를 비롯해 한국 천주교 일각에서 꾸준히 참여해 왔기 때문에, 취재는 거의 매년 이어져 왔다.

승무원과 탑승객 115명을 태우고 인도양 상공에서 사라진 비행기. 벌써 30주년이다.

지난 11월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30주기 진상규명대회, 추모제’에서 마이크를 잡은 가족회 대표들은 고통과 분노, 절망감을 호소했고 눈물을 흘렸다.

“저희 가족은 진상규명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저희는 힘이 없습니다. 유가족이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김현희, 저희들이 꼭 단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김현희가 나와서 양심선언해 유가족의 한을 풀어 주면 고맙겠습니다.” (김호순 KAL858기 가족회장)

누군가에게는 이미 “대한항공 858기가 1987년 11월 29일 북한공작원 김현희 등에 의해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폭파된 사건”(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으로 정의되는 사건.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7년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도 “북한 공작원에 의해 벌어진 사건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KAL858기 가족회는 김현희 씨와의 면담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한계 등을 지적하며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김현희 씨를 KAL858기 폭파범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은 30주기 행사 중 가족회가 발표한 성명서에도 담겼다.

그러는 가운데 사건 30주년을 맞아 김현희 씨는 보수언론을 통해 ‘가짜몰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고, “KAL기 희생자 유족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가짜가 아닌 저를 자꾸 가짜라고 하니 답답하다”(<월간조선> 2017년 11월 19일자)고 말한다. 수년간 방송, 언론을 통해 거듭된 반박이다.

나도 다시 궁금해진다. 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갑작스럽게 시신도, 유품도 없이 가족을 잃은 가슴의 구멍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교회와 신학은 어떤 답변을 해야 할까?

지난 11월 29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KAL858기 사건 30주기 진상규명대회, 추모제’에서 차옥정 전 대표(왼쪽 끝), 김호순 회장 등 KAL858기 가족회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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