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와 하느님의 백성 - 황경훈]

이제 며칠 뒤면 새해를 맞는다. ‘2017’이라는 숫자가 친근해질 만하니까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올해 마지막을 낙담과 절망보다 ‘희망’이라는 말을 꺼내어 마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요 축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2월 28일 천주교, 개신교, 불교에서 그동안 ‘각개전투’해 오던 ‘종교개혁’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 각 종단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면서 세 종교가 개혁선언문을 선포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뜻 깊은 자리를 마련한 것이 그것이다. 세 종단 대표들은 선언문 선포 기자회견 전인 12월 22일 ‘시민공청회’를 열어 이런 행위가 종교끼리만 하는 행사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사회의 일부로서 종교의 쇄신과 개혁에 비판과 지지를 청하기도 했다.

언론에 많이 회자되어 잘 알려진 대로 올해는 유난히 교회운영 기관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대구 희망원을 비롯해 수많은 가톨릭과 관련된 대형 사건이 터졌고 며칠 전 말 많던 인천성모병원과 인천국제성모병원의 실세인 부원장 신부가 여러 회사를 설립하고 두 병원과 ‘부당한 내부 거래’한 사실이 탐사보도 매체인 <뉴스타파>와 JTBC 등의 보도망에 걸려들었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인천교구는 보도가 나간 뒤 20여 일 만에 부원장과 원장을 ‘휴양’과 ‘은퇴’라는 형식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번에도 인천교구는 이 인사의 이유나 취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사제가 죽는 경우에도 왜 죽었는지조차 밝히지 않는 교회의 ‘비밀주의’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때로는 그런 비밀주의나 침묵이 문제를 더 키운다. ‘인천성모, 국제성모병원 정상화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26일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언론을 통해 각종 비리와 불법에 연루의혹이 제기된 박문서 신부의 불법, 부당행위에 대한 진상규명이나 관련자에 대한 처벌, 이에 대한 공식사과, 재발방지대책 등의 입장표명 없이 보직을 해임한 것은 이번 인사발령으로 사건의 꼬리를 자르고 적당히 무마해 사건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 보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서였을까. 종교개혁 선언문에서 천주교 측은 이 문제를 개혁해야 할 대상 1순위로 꼽았다. “교회는 대형의료 시설과 사회복지 시설을 통한 자본증식 활동에 사목적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이윤 추구 사업에서 물러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가난한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이다. 교회가 학교와 병원은 물론이고 2004년 서울대교구가 주식회사 ‘평화드림’을 만든 이래 인천교구 같은 다른 교구에서도 이를 본떠 본격적으로 돈벌이에 뛰어들면서 전체 교회가 배금주의, 상업주의에 깊이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한다. 그러니 ‘가난한 교회’라는 말은 꺼내기가 부끄러운, 아니 교회의 모순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터부’처럼 여겨질 법도 한데,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불교, 개신교, 천주교 종교개혁 선언 추진위원회'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 종단 개혁을 촉구했다. ⓒ정현진 기자

또한 선언문은 ‘평신도 희년’을 계기로 성직자 중심의 교회 운영을 멈추라고 요구하면서, 여성을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이 한 형제자매로 교회 운영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 평신도가 교회 안에서 성직자 및 남성 평신도와 더불어 동등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진정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성직주의와 남성중심주의적 교회문화를 쇄신하고 변화하는 데 있어 여성문제가 중심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본 칼럼에서 ‘교회문화 바꾸기’라는 이름으로 여러 차례 다뤄 온 내용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인다.

나아가 선언문은 “인간의 노동이 자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해고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연대해 온 만큼, 같은 기준으로 교회도 돌아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기서 다시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형병원의 예를 들어 본다. <대구 MBC>가 방송한 내용은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고 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임신한 간호사에게 야근 강요..유산까지”라는 제목으로 나간 방송보도에 따르면, 대구 가톨릭대학병원에서 임신한 간호사들이 법으로 금지된 야간 근무나 초과 근무를 강요받아 왔고, 일부는 유산까지 한 사실을 세 명의 간호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2017.12.27) 

<대구 MBC>는 하루 전날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방송에서 이 대학병원 간호사들이 병원 외부행사뿐만 아니라 자체 송년회나 새로 들어온 의사 환영회에까지 장기자랑 ‘도우미’로 동원됐다면서, 간호사들이 행사장에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 이들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한 달 전부터 쉬는 시간을 쪼개 연습하면서도 연습장소와 식사비용까지도 각자가 부담했다고 증언했다. 병원 측은 간호사들의 자발적 참여라고 해명했다지만, 이런 일 외에도 병원 청소나 이삿짐 나르기, 외부 인사 안내 등을 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정도면 교회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연대해 왔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이요 ‘같은 기준으로 교회도 돌아보라’라는 주문 또한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라고 보인다. 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10월 16일 올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평협)의 요청에 응답해 '평신도 희년'으로 지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교회는 오는 1월에 한국 평협의 새 회장을 뽑기 때문에 작게나마 평신도 희년의 실현 가능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선출이 아니라 또 다시 ‘위에서 낙점해서 내려 보내는’ 낙하산 인사로 회장단이 정해진다면 이미 ‘희년’은 또 한 번의 말장난이요 성직주의의 기만에 다름 아닐 것이다. 평신도 희년과 교회개혁은 평신도 스스로가 살아 계신 성령을 믿으며 그 안에 전적으로 투신할 때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하나가 아니라 세 종교가 함께 하는 종교개혁은 2018년을 희망의 해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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