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추진국이 포기한 불가능한 일 하려는 이유 물어야

“1945년 첫 실험 원폭과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원폭은 모두 핵재처리의 산물이다. 핵발전과 폐기물 재처리 등 핵연료 사이클은 원폭개발계획으로 시작됐다.”

1월 23일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종교환경회의가 진행한 가톨릭에코포럼에서 강사로 나선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와이 마사코 연구원은 핵 재처리는 어디서도 성공한 적 없는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사와이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은 일본 반핵운동가 다카기 진자부로가 1975년 설립한 일본 최대 반핵 시민단체다.

사와이 연구원은 현재 한국 정부가 삭감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예산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무장을 할 것이 아니라면 핵을 재처리할 이유가 없으며, 특히 한국이 추진하는 건식 재처리와 이를 활용하기 위한 고속증식로는 어디에서도 성공한 예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 등 원전업계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개발을 통해 “핵폐연료 처분 부지 면적 축소, 방사성폐기물 발생량 감소, 폐연료 관리 기간 단축, 우라늄과 초우라늄 재활용”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11월 원자력연구원 연구 예산심사를 위한 공청회에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됐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하겠다는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를 건식으로 재처리해 소듐냉각고속로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원자력연구원이 상용화된 습식재처리가 아니라 아직 성공한 적이 없는 건식재처리 기술을 선택한 것은 습식 재처리 방식으로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만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원자력협정(핵비확산성)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4월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으로 한국과 미국은 ‘10개년 핵연료 사이클 공동연구’를 하기로 했으며, 킬로그램 단위의 핵연료 재처리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후 단계는 여전히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10년간 실험한 결과를 보고 한미원자력협정을 다시 개정하기로 했다.

사와이 마사코 연구원은 사용후연료 재처리는 건식이든 습식이든 그 과정에서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폐기물을 더 많이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로 폐기물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속임수일 뿐”이라며, “고준위 핵폐연료를 유리고화체로 만들면 부피는 줄어들지만, 그 과정에서 방대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 재처리공장이 가동되면 시설 전체가 방사성폐기물이 되며 이는 재처리 이전의 폐핵연료의 약 200배 폐기물을 양산한다는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사와이 마사코 연구원(왼쪽)은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하면 더 많은 독성과 방사능폐기물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사와이 연구원은 그 예로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공장에서 방출하는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처리 전 약 15배, 일본 도카이 재처리공장은 약 40배이며, 폐기물로 측정조차 되지 않는 방사능과 기체 등은 공기중과 바다로 계속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폐기물이 더 생긴다. 물론 방사능 독성도 줄이지 못한다”며, “한국 정부는 무엇을 위해서 건식 재처리를 하려는 것인가. 그 의도를 정확히 밝혀야 하고 국민들도 답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업계는 핵폐연료 재처리로 핵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처리에 사용할 수 있는 핵폐연료는 경수로 연료만 해당된다. 따라서 재처리를 통해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수로 연료 8000여 톤(2016년 기준)은 그대로 남게 된다.

또 다른의 문제는 재처리한 연료는 일반 핵발전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고속증식로의 연료로만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고속증식로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연소시키면서 동시에 새로운 플루토늄을 만들어 내는 원자로다. 고속증식로 가동 과정에서 방출하는 폐기물과 방사성 물질도 문제지만 고속로 수명이 40-50년밖에 되지 않아 가동을 시작한다면 계속 지어야 한다.

사와이 연구원은 일본 몬주 고속증식로가 1994년 가동된 뒤, 소듐 누출 사고, 핵연료봉 낙하 사고 등으로 중단되면서 2016년 12월 21일 폐로 됐고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고속로 개발을 먼저 시작한 나라들도 기술과 안전, 비용의 문제로 완전히 철수했다며, “한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고 현실성 없는 일을 그저 하고 싶어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성과 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사와이 연구원은 일본 록카쇼재처리공장에 쓰인 비용은 약 12조 엔(약 116조 원), 간접비용은 20조 엔(약 194조 원)으로 추정되며, 프랑스 라아그 재처리공장 주변 소아백혈병 발병률은 다른 지역의 3배, 영국 세라필드 재처리시설 주변 해산물에서는 유엔이 규정한 식품안전 규정치의 100배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에 약 6700억 원의 예산을 썼다. 지난해 2018년 예산으로 406억이 배정됐다.

사와이 연구원은 “일본을 비롯해 핵연료 사이클을 추진한 나라들의 실패 사례로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이용이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으로도 아무 합리성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이미 발생한 폐핵연료는 그대로 중간저장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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