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호 굴뚝농성 옛 스타케미칼 노동 문제 이어져

1월 29일 저녁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사가 봉헌됐다. 오른쪽 연기가 나지 않는 굴뚝이 홍기탁, 박준호 씨가 농성 중인 굴뚝이다. ⓒ강한 기자

“파인텍, 힘내세요! 건강하게 내려오세요!”

정수용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가 먼저 외치자, 굴뚝 아래에 모인 사람들 60여 명이 따라서 소리쳤다. 이들은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노사위)가 함께 준비한 파인텍 고공농성 연대미사에 모인 사람들이다.

‘파인텍’은 차광호 씨가 복직을 요구하며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 동안 경북 구미 공장 굴뚝에서 벌인 농성으로 잘 알려진 스타케미칼의 뒤를 잇는 회사다.

미사는 1월 29일 저녁, 매서운 추위 속에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가 농성 중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봉헌됐다. 이들은 파인텍의 본사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가 고용과 노조, 단체협약 등 3가지를 이어간다는 노사합의를 깼다며, 본사 사무실이 가까운 이 발전소의 높이 75미터 굴뚝에 올라가 2017년 11월 12일부터 농성 중이다.

서울 노사위는 “파인텍 공장이 교구 관할 구역 안에 있는 대전 정평위와 함께 이들을 방문해 위로하고자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파인텍 노동자들의 발전소 굴뚝 농성이 시작된 뒤, 농성장 앞에서 봉헌된 천주교 미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1월 29일 저녁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6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미사가 봉헌됐다. ⓒ강한 기자

스타플렉스는 1996년 설립된 실내외 장식 자재, 옥내외 간판, 광고물 부품 등을 제작, 판매, 수출입하는 업체다.

옛 스타케미칼은 경북 칠곡 구미산업단지에 있는 폴리에스테르 원사 제조업체로 2010년 스타플렉스가 인수했으나, 2013년 1월 폐업하면서 250여 명을 해고했다. 2014년 회사가 구미 공장에서 완전 철수하자, 5월 27일 당시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였던 차광호 씨가 45미터 높이 공장 굴뚝에 올라 농성을 벌였다.

당시 천주교 신자들도 성 베네딕도수도회 왜관수도원과 대구대교구 정평위를 중심으로 공장 앞에서 세 차례 미사를 봉헌하며 빠른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이처럼 1년 넘는 굴뚝 농성 끝에 스타케미칼 노동자들은 파인텍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로 돌아가 2016년 1월 충남 아산에 마련된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등 3가지를 승계한다는 합의가 지켜지지 않자 10월 28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는 회사가 아산 공장에서 기계를 뺐고, 다른 사업자에게 공장을 임대해 주고 있다.

1월 29일 저녁 파인텍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봉헌된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굴뚝을 향해 불을 켠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이며 격려하고 있다. ⓒ강한 기자

이날 미사에 참석한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차광호 부지회장은 11월 12일 발전소 굴뚝 농성을 시작하기 전까지 “합법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며 “김세권 사장은 전혀 답변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이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노동자들이 “해고당하고 투쟁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해 왔기에, 이런 압박이 계속 있다면 노동자들이 현장에 돌아가도 또 다시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농성을 통해 정리해고법, 손배가압류법 등 ‘노동악법’, 그리고 이러한 법이 만들어지는 바탕인 ‘정경유착’을 없애자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수용 신부는 파인텍, KTX 해고 승무원, 콜트콜텍 등 10년 넘은 노동 문제가 많다며, “하루빨리 이 어려움과 고통이 끝날 수 있도록 할 유일한 힘은 우리의 연대이고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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