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섭리수녀회 수녀들, 목동 파인텍 고공농성장 찾아

천주섭리수녀회 JPIC(정의평화창조보전)가 홍기탁, 박준호 씨가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서울 목동 농성장을 찾아 ‘밥 나눔’을 했다.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는 본사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에 스타케미칼 당시 협의하기로 한 “공장정상화와 단체협약 체결” 그리고 노동악법 철폐 등을 요구하며 75미터 높이 굴뚝에서 94일째(2월 13일 현재) 농성 중이다.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는 스타케미칼 노동자 차광호 씨가 2014년 5월 27일부터 해고와 공장 가동 중단에 맞서 굴뚝 고공농성을 한 지 408일만인 2015년 7월 8일 고용과 노동조합 보장, 단체협약을 약속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공장을 구미에서 아산으로 옮겨 이름을 파인텍으로 바꾸는 한편 노조와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2016년 1월부터 파인텍으로 출근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2016년 10월 전면파업을 시작했다. 사측은 파업을 이유로 2017년 8월 말, 공장의 기계를 철수시켰고, 홍기탁, 박준호 씨는 2017년 11월 12일 새벽, 스타플렉스 본사 인근 서울에너지공사 목동본사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2월 12일 천주섭리수녀회 수도자들과 활동가, 노동자들이 농성 천막 안에서 소박한 집밥 밥상을 차렸다. ⓒ정현진 기자

2월 12일 밥 나눔에 참여한 천주섭리수녀회 JPIC 위원 6명은 각기 밥과 반찬을 한 가지씩 나눠 마련했고, 농성장을 찾아 파인텍지회 차광호 부지회장에게 현장 상황과 농성 이유 등을 직접 들었다.

올해 JPIC 책임을 맡은 김영미 수녀는 “현장을 처음 찾은 수도자도 있었지만, 나눔을 하면서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무언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는 반응이었다”며, “밥이라도 나누고 싶어서 제안한 일인데, 흔쾌히 참여해 줬다. 단지 밥 한 끼지만 누군가는 이 정당한 한 끼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을 공감하기를 바랐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 수녀는 “예수는 우리에게 밥으로 왔고, 밥은 곧 생명이다. 밥 한 끼로 마음과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며, “성체성사의 신비가 생명을 나누는 것으로 전달되듯이 한 끼의 밥으로 생명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성장에 밥으로 연대하는 시민들이 있는데, 하루라도 도와주면서 그들이 쉴 여유도 만들 수 있고, 거창한 노동운동 연대가 아니라 밥으로 하는 연대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밖의 현장으로 나가는 것뿐 아니라 수도회 내에서 정의, 평화, 창조보전의 통합적 영성을 공감하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지식뿐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수도자들은 현장에 나오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것은 연대와 활동을 삶의 실천이 아니라 운동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JPIC라는 이름이 없어도 그리스도의 정신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그것을 분리해서 바라봤고, 이제는 정의와 평화, 창조보전이 그리스도적 정신과 삶으로 통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미 수녀는 JPIC 위원들과 한 달에 한 번, 공부하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으며, 함께 두 달에 한 번은 현장에 나갈 생각이라며, “이미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수도회도 있지만 더 많은 수도회가 밥 나눔과 같은 활동에 동참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 씨가 75미터 높이 굴뚝에서 93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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