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영원한 봉인'(Into Eternity)이란 다큐멘터리 영화(2011년 환경영화제 상영작)가 있다. 장소적 배경은 핀란드 온칼로(onkalo), 세계 최초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다. 온칼로는 ‘은폐 장소’를 뜻하는데 핀란드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암반 속에 핵폐기물을 저장한다. 핵 쓰레기(핵폐기물, 사용후 핵연료)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시간은 무려 10만 년. 현생 인류의 대략적 출현이 10만 년 전이라 하니 그 시간의 무게조차 느끼기 힘들다. 영화는 온칼로에 저장된 핵 쓰레기를 후생 인류가 발견했을 때 어떻게 그 위험을 알리느냐에 많은 시간을 쓴다. 인류학자와 언어학자들은 수천, 수만 년이 지난 뒤 인간이 온칼로를 발견했을 때 "여러분은 여기 들어와선 안 된다. 이곳은 매우 위험하다. 지금 이 목소리를 들었다면, 뒤돌아 걸어가고 다시는 들어오지 마라."는 메시지를 그림과 기호, 이미지 등을 통해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영화 속 영원한 봉인의 해답은 없다.

얼마 전 종교인들과 환경부 장관이 만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과 4대강 사업, 소성리 미군 사드 포대 환경영향평가 등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종교인들은 영광 핵발전소 지역 아이들이 만든 작은 핵 쓰레기 드럼통 모형을 장관에게 전달하려 했다. 핵 쓰레기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장관은 난색을 표했고 대신 보좌관이 받으며 “이 드럼통 때문에 세종시가 발칵 뒤집어졌다”며 “과연 이 방법이 좋은 방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말한다.

핵 쓰레기 모형 드럼통을 멘 아이들. (사진 제공 = 3.11 후쿠시마 7주기 준비위원회)

핵 쓰레기 모형 드럼통이 배달되자 군경이 출동하고 방사능 측정과 대피를 했다는 수구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졌다. 핵 쓰레기 모형을 보낸 사람들에 대한 지역 강력수사팀의 출석 요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소위 핵 마피아들이 몸담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수구 언론, 학계, 공무원들의 반격으로 느껴질 정도다. 왜냐하면 핵 쓰레기 드럼통 모형은 후쿠시마 핵사고 7주기 ‘3.11 퍼레이드’를 준비하며 기획단이 핵 재앙과 핵 쓰레기 문제를 알리기 위한 그야말로 ‘퍼포먼스’였다. 탈핵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게 경각심을 알리기 위한 ‘핵 쓰레기 나누기 택배 퍼포먼스’였다. 아무런 처분 방법도 없이, 영원히 봉인될 수도 없는 핵 쓰레기가 엄청나게 쌓여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함께 방안을 찾자는 취지였다.

현재 월성, 영광 핵발전소 주변 주민들과 대전 원자력연구원 주민들은 ‘모형’이 아닌 실제 핵 쓰레기를 옆에 두고 살아간다. 경주 월성 나아리 사는 할머니의 사랑하는 손주 소변에서 방사능 물질인 삼중수소가 나오고, 대전 관평동에 사는 엄마들은 무단 폐기된 방사성 폐기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체 방사성 물질을 날마다 아이들과 마시고 산다. 현재 1만 6000여 톤의 핵 쓰레기, 앞으로 2082년까지 해마다 750톤의 새로운 핵 쓰레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올해 3.11 후쿠시마 핵사고 7주기를 맞아 3월 10일(토)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핵 쓰레기 너머, 나비 날다’ 행사가 열린다. 전국에서 시민들이 직접 만든 핵 쓰레기 모형 드럼통을 메고 광화문에 모인다. 이들의 행진은 미래 세대에게 영원히 봉인될 수 없는 핵 쓰레기의 위험성을 알리는 중요한 상징이자 메시지가 될 것이다. 

올해 3.11 후쿠시마 핵사고 7주기를 맞아 3월 10일(토)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핵 쓰레기 너머, 나비 날다' 행사가 열린다. (사진 제공 = 3.11 후쿠시마 7주기 준비위원회)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