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3월 9일 주교회의는 춘계 정기총회 결과를 발표하며, 최근 드러난 교회 내 성폭력 사건과 관련, 주교회의 차원의 ‘교회 내 성폭력방지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특별위원회 신설을 비롯해 내놓은 방안에 대해 “교회가 진솔하게 자성하고 전반적으로 쇄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단순히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자는 의지다. 굳이 말하자면 위로부터의 개혁, 성직자들부터 개혁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주교회의의 이같은 결정과 노력은 고무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마련된 대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교회가 이 문제를 ‘성폭력’에 한정짓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번 미투운동을 비롯해 밝혀진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권력관계에 따른 폭력이고, 이 같은 폭력은 성범죄와 같은 형태로만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해결은 보편적인 인권 보장, 차별 금지의 맥락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권력, 권위에 기댄 폭력은 비단 성폭력뿐이 아니다. 교회가 복음, 가르침을 실행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이를 테면, 얼마 전 있었던 ‘낙태죄 폐지 반대 서명운동’이다. 생명을 지키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교회는 단 한 번도 신자들에게 “왜 이 서명운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혹시 교회 내에서 이 일로 상처받을 수 있는 이들을 살피거나 배려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일상에서 폭력적인 언어나 태도로 상처받는 상황은 훨씬 많다. 물론 이는 사제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불행한 일로 시작됐지만, 교회가 지금이라도 총체적 성찰의 기회라 생각하고 나름의 방편을 찾는 것을 응원한다.

그러나 모쪼록 이 노력이 그 한 가지 범주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김희중 대주교의 말처럼, 밑바닥에서부터 그리고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피는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노력은 공동체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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