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으로 화 일으켜

(토머스 리스)

교회 관리들이 바로 그 자신들의 최악의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날것으로 보여 준 일들이 지난 2주 동안 벌어졌다. 이 시기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신학에 관한 책 시리즈에 대해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평한 한 편지를 잘못 다룬 사건으로 크게 흔들렸다.

그 큰 실수는 지난 3월 21일 교황청 홍보처장인 다리오 비가노 몬시뇰이 사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11권의 책은 지난 12일에 비가노 몬시뇰이 주관한 한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책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비방하는 이들이 주장하듯 이단적이지 않으며 또한 신학적으로 깊이가 부족한 거도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 쓰였다.

책을 공개하기에 앞서, 비가노 신부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에게 이 책에 관해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이 기자회견에서 비가노 신부는 이 편지를 낭독했지만 사본을 기자들에게 배포하지는 않았다. 그는 편지의 여러 부분을 인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이 책들이 자신과 자신의 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들 사이에 일관성이 있음을 보여 줬다고 칭찬했다.

베네딕토 교황은 “이 일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작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정한 신학적 또는 철학적 양성이 결여된, 실용주의적 인간일 뿐이고, 반면에 나는 신학만 아는 이론가로서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구체적 삶은 잘 모르는 사람이라는 바보 같은 편견에 대응하고 반대하려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 작은 책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오한 철학적, 신학적 양성을 받은 사람이라는 점을 제대로 보여 주고”, “따라서 나와 그 두 교황이 스타일과 기질은 전혀 다르지만, 내적으로는 연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비가노 신부는 베네딕토 교황이 자신은 나이도 많고 다른 일도 많아서 이 책들을 읽지 못했으며, 따라서 이 책들에 대해 평할 수 없다고 한 단서조항들도 낭독했다.

한편, 교황청은 또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여기에는 베네딕토 교황의 긍정적인 발언들만 담고 앞의 단서조항들은 담지 않음으로써, 그가 이 책들을 (다 읽고) 승인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교황청은 또한 이 편지를 찍은 사진도 배포했는데, 이 사진에서는 위의 (읽지 않아서 평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 담긴 첫 페이지 아랫부분이 뭉개져 있었다. 편지의 두 번째 페이지는 이번에 나온 책들로 거의 다 가려져 있었다. 베네딕토 교황의 서명 부분만 보였다.

보수적인 교황청 평론가로서 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산드로 마지스테르는 베네딕토 교황이 이 책들을 읽지 않았다고 교황청이 언급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2017년 교황 프란치스코(왼쪽)와 교황청 홍보처장 다리오 비가노 몬시뇰. (사진 출처 = NCR)

한편, <AP>의 니콜 윈필드는 흐리게 뭉개진 사진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AP>의 사진기자들에게 이 사진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들은 이 사진은 디지털 방식으로 변조됐다고 결론을 내렸고, 이는 사진 보도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죄였다.

이러한 비판과 폭로에 따라 교황청은 결국 편지 전체를 공개했다. 공개된 편지에 따르면, 베네딕토 교황은 이 책들을 만든 작업에 독일 신학자인 페터 후에너만이 참여한 것을 문제 삼았다. “내가 교황직에 있을 때 그가 반 교황 활동들에 앞장섰던 것으로 드러났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후에너만은 “교황의 교도권적 권위, 특히 윤리신학의 문제들에 관한 교도권적 권위를 악의로 공격했다”고 했다.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모든 신뢰를 잃자, 비가노는 사임할 수밖에 없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지못해 그의 사임을 받아들였다.

비가노가 이렇게 망하게 된 것은 순전히 자기 탓이다. 그의 첫 번째 실수는 베네딕토 교황에게 편지를 써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신앙교리성 장관이던) 라칭거 같은 독일인 신학자에게 뻔한 칭찬으로 가득 찬 주례사 서평을 써 달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다음으로, 비가노는 그 편지를 읽었다면, 절대 그 편지를 (기자회견 등에) 이용해 먹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편지에서 일부만 골라 인용했는데, 그것은 전문가다운 행동이 아니었다. 그가 들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이브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이 낭독한 것과 교황청이 배포한 보도자료가 어긋나지 않도록 미리 조정하지 않은 것은 무능이었다. 베네딕토 교황의 말들을 마치 그 책들을 승인한 것처럼 꼬아 만든 것은 부정직이었다.

비가노는 교황청 안에서 그리 인기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영화 평론가 출신으로서 뉴스 보도나 (언론사) 관리자로서 아무런 경험이 없었다. 교황청 홍보처장이 된 그의 밑의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권한도 위임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비가노를 편 들어 말하자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에게 불가능한 일을 맡겼었다. 교황청의 모든 홍보조직과 작업을 (홍보처라는 신설 조직 아래) 모아 재편하여 21세기에 맞게 만들되, 아무도 잘라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교황청에는 공보실이 있고, 신문이 있으며,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 출판 기구, 웹사이트, 그 밖에 잡다한 여러 뉴스 사업들이 있어 왔는데, 이들은 각기 독립적이어서 서로 간에 거의 연계나 조정이 없었다. 이 난장판을 정리하고 재편하는 것은 경험 있는 전문 언론인에게도 어려운 일이었을 텐데, 비가노는 역량이 미치지 못했고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서 소외돼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교훈 한 가지는 비가노는 그저 몬시뇰이었기 때문에 자르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점이다.(교황청에서 일하는 평사제들은 몬시뇰이라는 주교급 경칭으로 부르는 관례가 있다.) 그가 추기경이거나 주교였다면, 그는 체면을 구기지 않을 교회 안의 다른 적당한 자리가 나올 때까지는 홍보처장 그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그는 그저 몬시뇰이었기 때문에 교황청 기준에 따라 재빨리 해임될 수 있었던 것이다.

비가노가 가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이들이 많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누군가 교황청 홍보 활동의 개혁 과제를 맡기고, 관련 조직들을 재편할 뿐 아니라 해고와 고용의 권한까지 줄 다른 사람을 찾아내기 전까지는 교황청의 홍보는 계속해서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토머스 리스 신부는 예수회 소속으로 <RNS>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바티칸 내부: 가톨릭교회의 정치학과 조직”의 저자다.)

기사 원문: https://www.ncronline.org/news/opinion/signs-times/letter-benedict-brings-down-vatican-media-cz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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