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전에도 비슷한 주제를 다뤄 본 적이 있습니다. 사회법적으로 이혼한 비신자 부부의 경우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온 김에 오늘은 그 주제를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비신자인 심순애 씨와 이수일 씨는 둘 다 사회법상으로 서로 재혼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아내되는 순애 씨가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교리를 듣고 세례를 받으려 하는데, 장애가 생겼습니다. 남편 수일 씨는 세례받기를 원치 않는 것입니다.

언뜻, 부부 중 한 편이 세례를 받고 안 받고가 다른 편이 세례 받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회법상 부부관계인 이 두 사람이 이전에 했던 결혼이 문제가 되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신자의 혼인과 세례의 상관관계는?”, "비신자와 결혼 문제" 등을 읽어 보면 아실 수 있듯이, 교회에는 이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혼인으로 맺어진 유대를 사람이 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비신자들이었다고 해도 교회는 (이제 신자가 되려 하는) 그들의 결혼이 혼인 유대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신자들 사이의 성사혼, 신자와 비신자 사이의 관면혼만이 아니라 비신자들끼리 맺는 자연혼도 교회는 그런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순애 씨의 남편 수일 씨가 세례를 받지 않는 것이 순애 씨의 세례에 난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교회의 관점에서 보면, 심순애 씨와 이수일 씨는 둘 다 남편과 아내가 있는 사람들인데 현재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둘이 같이 세례를 받아야만 “바오로 특전”을 통해 재혼 이전의 결혼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신자로서 지금의 결혼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 됩니다.

가톨릭 세례식. (이미지 출처 = Flickr)

바오로 특전이란, 코린토1서 7장 12-15절을 근거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혼인 후에 세례를 받은 신자의 신앙을 지켜 주기 위해 마련된 것입니다. 신자의 신앙을 보호한다는 입장에서 부부가 헤어질 수 있음을 허락합니다. 그래서 특전의 의미에 따라 심순애 씨는 세례를 통해 얻게 된 그리스도교 신앙을 보호받아야 합니다. 이전 결혼에 대해서 혼인유대가 해소되어야 하고, 더불어 지금의 부부관계에서도 신앙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부부관계가 정상화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의미는 남편 이수일 씨도 함께 세례를 받아야 쌍방에 바오로 특전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순애 씨도, 수일 씨도 모두 사회법 안에서는 재혼을 한 상태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이런 이유로, 심순애 씨만 세례를 받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됩니다. 이수일 씨의 앞선 결혼의 유대가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순애 씨만 세례를 받는다면, 순애 씨는 아내가 있는 남자와 동거를 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이수일 씨가 심순애 씨의 신앙생활을 못마땅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 본당 사목자는 부부 쌍방이 함께 세례를 받도록 초대할 것입니다. 뾰족하게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굳이 다른 해결책을 찾자면, 혼인무효신청 등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신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는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아무튼 시간이 살짝 더 걸리더라도, 친교를 나누고 기분을 맞춰서 이수일 씨를 설득하여 순애 씨와 함께 세례를 받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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