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여기서 “나"는 상을 당한 가족의 한 구성원입니다. 얼마 전 부친상을 당한 친구 하나는 자기 집에서 그 자신만 가톨릭 세례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그 혼자 신자라고 해도 장례를 천주교 식으로 치를 수 있습니다. 물론 정서상 가족들과 합의를 해야겠지요. 상주가 신자인 경우에는 비교적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임종을 앞둔 분에게 대세를 드리는 것이 그런 반대 의견을 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혹은, 돌아가신 분이 세례를 못 받았다고 해도 사제와 친분이 있는 경우라면 확실히 수월할 것입니다.

제 친구의 경우는 그래도 여러 가지 조건이 좋았습니다. 먼저, 아버지가 입원하셨던 곳이 가톨릭계 병원이었습니다. 비록 아버지는 신자가 아니셨지만, 아버지 지인 중에는 사제 아들을 둔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그가 아버지께 세례 받으실 의향을 여쭸을 때, 비록 말씀은 못하셨지만 눈을 깜빡이는 신호로 임종 전 대세를 받으시겠다는 의사를 밝히셨다고 합니다.

병은 위중하였으나 상황이 아주 위급해 보이지는 않았기에, 대세도 아버지 친구분의 자제인 사제를 모셔서 받으셨습니다. 마침 동석한 아버지 지인께서 대부가 되셨고요.

그런데 제 친구의 부친께서는 이렇게 세례를 받고 나서 세 시간 뒤에 숨을 거두셨다고 합니다. 부고를 듣고 달려간 저는 이런 사연을 알고는, 그 친구가 떠나시는 아버지를 위해 복된 선물을 드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나 외엔 가족들이 신자가 아닌데 천주교 장례를 치를 수 있나요? (이미지 출처 = Pixabay)

아무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가톨릭 장례를 요청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요청하는 일이 혹시나 생긴다면, 그 가족이 가톨릭 신앙에 대해 알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연령회가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해 주는 것은 매우 가능한 일입니다. 반면, 비신자를 위해 장례미사를 하고 말고는 주로 (본당) 사제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하겠습니다.

망자의 가족들이 가톨릭 교회의 장례 예절을 청하고, 이 예절을 통해 위로와 신앙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면 망자의 영혼과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장례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입니다.

간단히 살펴봤지만, 흔히 일어나지 않는 경우보다는 의외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을 준비하는 게 더 좋겠습니다. “대세를 주는 방법”을 확인해 두시고, 미처 임종의 순간을 살짝 놓쳤다고 해도 너무 늦은 것이 아니란 것도 알아 두시면 좋겠습니다.(“임종한 이에게 세례를 달라고요?” 참조)

그리고 천주교식 장례에 관해서는 “천주교식 장례를 원할 때 누구와 의논할까”도 참고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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