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군 세례명 따라 '임마누엘 성당'으로 이름 정해

안산합동분향소에 있던 ‘성호 경당’이 5월 1일 수원가톨릭대 교정으로 옮겨졌다.

성호 경당은 천주교 사제가 되고자 했으나 세월호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박성호 군(임마누엘)을 기념하는 시설이다.

성호 경당은 수원가톨릭대 신입생 기숙사 신덕관 앞으로 옮겨졌으며, 앞으로 박 군의 세례명을 따라 '임마누엘 성당'으로 불리게 된다.

김건태 신부(천주교 수원교구 안산대리구장)는 “임마누엘 성당을 보면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박 군의 누나 박보나 씨(보나)는 “(성호가) 중학교 때부터 신학생이 되려고 준비하면서, 이곳에 와서 찍은 사진과 기억이 남아 있다”면서 “신학생이 되어서, 사제가 되어서 이곳에 왔으면 좋았을 텐데, 슬프고 아쉽지만, (임마누엘 성당이) 여기에 오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참사 진실규명 과정도,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과정도 10년 이상으로 오래 걸릴 것”이라며 “임마누엘 성당을 보면서 세월호사건과 희생된 많은 이들을 계속 기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아파하고, 고통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계속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일 수원신학교에 도착한 임마누엘 성당이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정호준 기자
임마누엘 성당이 신덕관 앞에 마련된 자리로 옮겨지고 있다. ⓒ정호준 기자

임마누엘 성당이 만들어지는 데 적극 참여했던 최봉수 대목장은 “임마누엘 성당이 최선의 자리를 찾았다”면서 “세월호사건이 없었으면, 성호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비록 학생은 못 왔지만, 3년 늦은 입학식"이라며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임마누엘 성당이 옮겨지는 과정을 지켜본 수원가톨릭대 1학년 명경태 씨(요한 세례자)는 “세상이 (세월호참사를) 잊어 갈 때, 신학교에서는 주변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기억한다는 점에서 뜻깊게 느껴진다”면서 “정말 잊어서는 안 되는 사건으로 기억하겠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김영철 수원가톨릭대 총괄지원팀장(미카엘)은 “학부 1학년 학생들은 처음 들어온 변화가 있는 시기이고, 영성에 관한 것을 특별히 관리한다”면서, 임마누엘 성당이 신입생 기숙사 앞으로 옮겨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마누엘 성당(성호 경당)은 세월호참사 200일이었던 지난 2014년 11월 1일 축성됐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들의 기도 공간으로서, 2018년 4월 30일까지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앞 마당에 있었다.

한편, 수원가톨릭대에는 지난 2017년 4월 옮겨 온 팽목항 세월호 십자가가 학교 도서관 근처에 세워져 있다.

임마누엘 성당을 옮기는 과정에 든 비용은 모두 수원교구 안산대리구가 부담했다.

이날 함께한 사람들이 성당 앞에 모였다. ⓒ정호준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