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 학습권 보장 가장 큰 문제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종교학과가 폐과 수순을 밟는다.

가톨릭대가 올해 3월, 폐과 의견을 학과 내부적으로 공개하면서, 학교 측과 학과 구성원들은 공청회, 면담을 통해 의견 조율을 시도했지만, 학교는 2019년부터 학부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학원은 계속 유지한다.

사실상 폐과가 결정되면서, 재학생들이 공청회 과정부터 제기했던 ‘학습권, 수업권’ 보장이 가장 큰 관건이 됐으며, 현재 학부와 대학원 재학생들은 각각 이를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종교학과 폐과 문제가 전면 드러난 것은 지난 3월, 학교가 2019년부터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학교는 이 의견을 밝힌 직후 재학생, 졸업생과 2차에 걸친 공청회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지난 4월 16일 학교는 종교학과 학생회와 회의를 열고 “모집 단위로서 종교학과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최종 답변했다.

‘폐과’에 대해 가톨릭대는 종교학과 재학생의 전과율이 50퍼센트에 이르고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과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학교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서 학과 및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 재학생 수가 일정 유지되면 수업료가 확보되지만, 이익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학과 유지를 위한)최소한의 비용 유지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3월 27일 열린 2차 공청회에서 학교 측은 “(종교학과 폐과 여부) 논의는 여러 면에서 미래를 준비하면서 종교학에 대한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지만, 신입생을 모집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졸업생이나 종교학과 강사들은 “전과율이 높은 것은 학생들 탓이 아니라 전공교수와 교과목 부족이 큰 탓”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종교학과 학부 재학생은 99명, 교수는 올해 퇴임한 명예교수를 포함해 3명이다. 그나마 2020년이 되면 현재 있는 두 명의 교수도 모두 퇴임한다. 학부는 물론 대학원 지도교수의 역할이나, 종교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과목을 이수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동안 재학생들은 종교학보다 신학에 치중한 수업을 듣거나 타학교 교환 수업을 통해 학점을 이수해 왔다. 재학생들은 지난 몇 년간 교수 충원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가톨릭대가 종교학과를 폐과하기로 했다. (이미지 출처 = 가톨릭대 종교학과 홈페이지 갈무리)

재학생들은 1, 2차 공청회를 통해 학교가 ‘신입생 모집 중단’ 결정에 대한 재학생들의 의견을 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공청회 뒤 가진 면담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밝혔다.

학생회에 따르면, 면담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재고할 것처럼 의견을 잘못 전달했다”며 사과하면서도 “공청회를 연 것은 폐과 이후 남아 있는 재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 학생회는 “인문학부 내 하위 전공으로 ‘종교학 전공’을 유지시켜 줄 것과 2020년까지 1년 유예기간을 두고 학교와 학생들이 상호 노력한 뒤, 폐과 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부했다. 다만 “재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대한 요구사항은 충분히 듣고 논의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1차 공청회에 이어 3월 27일 열린 2차 공청회에서 재학생들은 “학습권 보장”을 요구했다.

재학생들은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고, 재학생이 계속 졸업 또는 전과하는 상황에서 단 1명의 학생이 남게 된다고 해도 제대로 종교학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라며, “재학생 인원에 상관없이 수업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교수진을 확보할 의사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공청회에 참석한 기획처장 구본만 신부와 박정만 교무처장은 “더 고민해야 할 문제고 현재는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종교학과 프로그램은 지원할 수 있다. 최대한 대책을 마련해서 재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종교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종교학을 공부하는 것과 종교학과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현실적으로 필요하지만 갖출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종교학 자체의 필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종교학과 강사로서 공청회 과정과 결과를 지켜본 황경훈 씨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공지하고 진행해, 학생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고 대응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또 “대학교육 정책이 지역 공립대학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전체 대학의 80퍼센트 이상인 사립대의 존립이 문제”라면서, “현재 사립대학 가운데 등록금에 의존하는 곳은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게 된다. 대학에서 자금에 따른 경쟁적 시스템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립대는 인문학을 없애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종교학과 졸업생이자 강사인 유정원 씨는 “재학생들을 위해서도, 앞으로 대학원을 유지한다면 더더욱 우선 교수 임용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내년 말이면 교수가 없다. 교수 채용 여부가 가장 중요하지만 채용을 못 해 준다면 최소한 강사를 통해 강의 개설은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학원생 자체 모임과 학교측 면담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구할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그러나 거기까지가 재학생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종교학과 폐과의 의미에 대해서도, “(한국 가톨릭에서)종교학을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가톨릭대와 서강대 두 곳뿐이다. 일반 학교는 성직자나 수도자들이 다니기 어렵다”며, “가톨릭대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고유성, 독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점 가운데 하나가 종교학과다. 교회가 양성을 위해서라도 교회 구성원들이 언제든 종교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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