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현장]

천주교주교회의가 4월 11일 발표한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7'을 접하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년째 20퍼센트 미만에 머물고 있는 주일미사 참여자 수(매주 평균)였다. 전국 합계 약 113만 명이다. (관련 기사 : 주일에 성당 가는 천주교 신자는 19퍼센트)

지난 1년 동안 가톨릭 교회에, 숫자로 볼 수 있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 주는 이 자료 '한국 천주교회 통계'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기록한 '교적'을 바탕으로 만든다. 즉, 더 이상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자기 스스로 천주교 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일단 교적에 이름이 올라 있으면 신자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는 비판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한편, 주교회의는 2017년 4월,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16'을 펴내며 “현행 통계는 세례와 교적을 근거로 집계되므로, 응답자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여 응답하는 방식의 국가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에 주교회의는 2017년 춘계 정기총회에서 교적 중심 통계의 정확도를 개선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 방안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어떤 개선된 천주교회 통계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2017년 581만 명을 넘긴 주교회의 통계상 천주교 신자 가운데 113만 명만 주일 미사에 참석하고, 세례를 받는 사람 수는 줄어드는 등 교회의 양적 성장이 빠르게 속도를 줄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이 통계보다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가 본당에서 체감하는 신자들의 현실이다.

2012년 한 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도중 평신도 성가대(오른쪽 흰옷 입은 이들)가 화답송을 노래하고 있다. ⓒ강한 기자

나는 개인적으로 소속 본당 전례단의 총무로 봉사하던 몇 년 전, 전례단장님이 다음 달 전례봉사 배정표를 만드는 데 대여섯 시간 이상을 보내며 고생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보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런 고생은 없었다고 했다. 평일 미사 해설, 독서는 대부분 전업주부인 여성 봉사자들이 맡고, 주일 미사를 남녀 봉사자가 함께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총무를 맡고 있던 때는 “전업주부”라고 불릴 만한 여성 신자가 거의 없었다. 중년의 여성 전례단원 대부분이 적어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자매는 이 시간에 봉사 못하고, 저 자매는 저 시간에 봉사 못하고, 이러한 개인 사정을 반영하면서도 각 개인에게 공평한 전례봉사 배정표를 만들다 보니 대여섯 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이다.

중년 여성 평신도가 주축이었던 한국 가톨릭 교회에, '전업주부가 없어져 간다'는 변화는 중대한 변화이고, 이미 겪고 있는 일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경제적으로 매우 넉넉한 가정이 아니라면, 어느 여성이나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앞으로는 한국 천주교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과거와 같이 매일 새벽마다 미사 해설, 독서, 오르간 반주, 제대 주변 정리, 동료 신자들에게 판공성사표와 교구 달력을 가져다 주는 일을 평신도 봉사자가 완전한 자원봉사로 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그 시스템이 서서히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게 확연하다면, 이제 교회는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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