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제1독서는 남자, 제2독서는 여자가 해야 하는 걸까요? ⓒ강한 기자

어느 본당의 전례 봉사자로부터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주일미사 1독서는 가급적 남자가, 2독서는 여자가 한다는 지침이 무엇을 근거로 이뤄졌는지 궁금하고, 더불어 예물 봉헌 때 제병이 담긴 성합은 남자가 들고 온다는 데에도 어떤 근거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생각해 보니 미사 의뢰가 들어와 가 봤던 본당의 전례 봉사자들은 정말, 오늘의 질문 상황에 걸맞는 전례 구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제1독서는 남자 봉사자, 제2독서는 여자 봉사자가 하시더군요. 오늘의 두 번째 질문도 대략 비슷한 상황으로 남자 봉헌자가 빵(성합)을 여자 봉헌자가 물과 포도주를 들고 왔던 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독서자들이나 복사들처럼 제대에 올라와 봉사하는 이들이 모두 남자들이었습니다만, 요즘에 남자 위주의 전례 봉사자로 꾸려 나가는 성당이 있다면, 아마도 주변에서 엄청 손가락질을 받을 겁니다. 시대착오적이라고 말입니다.

따라서 어떤 성당이든 요즘은, 전례 봉사를 하는 팀이 혼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1독서는 남자, 2독서는 여자, 예물봉헌 때에도 성합을 남자가 들고 올까요?

미사 전례에 대해 지침을 주고 있는 "로마 미사경본 총지침"을 참고해 봤습니다. 지침의 59항은, 전통에 따라 성경 독서의 임무를 주례자가 아닌 봉사자가 맡는다는 것만 명시할 뿐입니다. 그리고, 예물봉헌과 관련한 72항은 단지, “빵과 포도주는 신자들이 가져오는 것이 좋다”라고만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독서와 예물 봉헌은 사실상 본당 누가 해도 괜찮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본당에서 일종의 관습처럼 독서와 봉헌예물 행렬에 대해, 남녀의 특정한 차례나 역할을 정하여 실행하게 된 배경은 뭘까요? 저도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미사 전례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정해서 하는 것은 본당 담당사제와 상의하여 전례부가 알아서 할 일이겠습니다만, 의향이 있으시다면 역할을 순환적으로 돌아가면서 맡아 보시길 제안해 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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