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며칠 전 뉴스에서 타이 해변에서 구조돼 치료를 받는 돌고래의 모습을 보았다. 돌고래는 계속해서 비닐봉지를 토해 냈고 결국 나흘 만에 숨졌다. 숨진 돌고래의 뱃속에서는 비닐봉지 80여 장이 나왔다. 뱃속에 비닐봉지가 있었으니 돌고래는 제대로 먹을 수도 숨쉴 수도 없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이 죽음의 원인을 ‘인간 활동’으로 규정한다.('찬미받으소서', 33항) 인간의 활동과 관련된 이유로 많은 생물 종들이 사라졌고, 기업의 이익과 넘쳐나는 소비재들로 우리의 집인 지구가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가 되었다.('찬미받으소서', 21항, 34항)

플라스틱 구조물에 걸려 기형으로 자란 거북이. (사진 출처 = 그린피스)

매년 6월 5일은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최하는 ‘세계 환경의 날’이다. 1972년에 처음 시작된 세계 환경의 날은 매년 관련 주제를 정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플라스틱 공해 퇴치'(Beat Plastic pollution)다. 한국 정부도 ‘플라스틱 없는 하루’로 주제를 정했다. 전 세계가 폐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플라스틱의 실태는 이렇다. 현재 매년 전 세계에서 5000억 개의 비닐봉투를 사용한다. 매년 최소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는데, 이는 1분에 쓰레기차 한 대가 채워지는 양과 같다. 최근 10년 동안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양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생산한 플라스틱의 양을 넘는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전체 플라스틱 사용의 50퍼센트다. 1분에 백만 개의 플라스틱병이 판매되고 있고, 전체 폐기물 가운데 플라스틱의 비중은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플라스틱 쓰레기 다량 배출국이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 연간 132.7킬로그램으로 미국 93.8킬로그램, 일본 65.8킬로그램보다 많다.(2015년 기준)

결국 ‘버리는 문화’가 ‘플라스틱 지구’를 만들고 있다. 현재와 미래세대들을 위해 자원을 보존하는 순환방식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뱃속에서 비닐봉지를 토해 내는 돌고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쓰레기 위의 점심식사. (사진 제공 = 박경화 작가)

일본 교토에는 ‘쓰고 버리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이란 작은 지역 시민단체가 있다. ‘공생공빈’의 저자 츠찌다 선생이 만든 단체다. 츠찌다 선생은 1960년대 일본 교토대학 금속물리학과 교수였다. 일본 학생운동 시기를 겪고 과학기술로 인한 공해문제를 고민하다가 대학교수는 자기 분야만 아는 ‘전문가 바보’임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의미 있는 삶을 찾기 위해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1973년 ‘쓰고 버리는 것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버리는 문명에 저항해 폐지를 모으고, 탈핵 운동을 하며 현미밥을 함께 해 먹고 작은 옥상 텃밭을 일구며 자급하는 삶을 살고 있다. 츠찌다 선생은 인류가 이제 더 이상 공영할 수 없으니 공빈하게 살아야 한다고, 쓰고 버리는 것을 다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교 오랜 영성도 절제를 통해 성숙해지고, 적은 것으로 행복해지는 능력을 제안한다. 바로 ‘검소함'(Simplicity)으로 돌아가는 길이다.('찬미받으소서', 222항) 공생 공빈, 검소함의 문명은 “적은 것이 많은 것"(Less is more)이라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세계 환경의 날,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지구를 살리기 위해 검소한 길을 선택하자. 그 실천 방법은 유엔환경계획의 ‘'바다 청소하기'(Clen Seas) 캠페인(www.cleanseas.org)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츠찌다 선생의 사무실 위에 있는 옥상 텃밭. 사무실에는 모임 장소 겸 유기농산물도 팔고 있다. ⓒ맹주형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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