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시 - 박춘식]

카라 워커가 2014년에 설탕으로 만든 흑인 노동자상. (사진 출처 = Creative Time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갈무리)

625 피난민과 무슬림 난민

- 닐숨 박춘식

 

초등학교 5학년 때 바라보았던

마을 앞 냇가에 앉아있던 많고 많던 피난민들은

전쟁의 무서움을 왜 대뇌에 깊이 박아 주었을까

 

정든 집을 참호로 빼앗긴 그들의 절망을

1950년, 그때는 느끼지 못하고

요즘 그 심정을 헤아리는 연유는 무엇일까

 

창세기부터 이어온 칼부림 증오 전쟁 강탈

천 년 만 년에도 변함이 없으니

인간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더 바랄 수 있을까

 

이즈음 보이는 난민들의 행렬은

성경을 역순으로 읽으라는 암시일까

 

<출처> 닐숨 박춘식 미발표 시(2018년 7월 16일 월요일)

 

뉴욕의 설탕 공장인 도미노 제당 공장 내부에 흑인 노동자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설탕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품이 설치됐는데, 흑인 여성의 반나체 모습을 사진으로 본 순간 눈물이 콱 솟았습니다. 성차별, 여성 차별 등 정치적 주제를 주로 다뤄 온 여성 조각가 카라 워커가 제작한 이 작품에는 설탕 4톤이 사용됐으며 높이는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조각입니다. 이 조각을 보는 백인 중에 통절하게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 몇 사람 되는지 매우 궁금합니다. 흑인 노예 여성인데 설탕으로 만들었으니까 아주 하얀 피부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역사학자나 신학자들은 나름대로 해석을 붙일 수 있겠지만, 저는 저 거대한 설탕 조각상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보이고, 하느님을 저렇게 마구 때리고 죽였던 백인들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교종이 난민을 기쁘게 받아주라는 말을 하기 전에, 국민을 난민으로 내쫓는 독재자, 권력자, 돈만 아는 부자, 전쟁을 일으키는 자, 등등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경고를 전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마도, 독재자 밑에 있는 신자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많이 참으시리라 여깁니다. 요즘 세상의 여러 모습들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의 얼굴을 보면, 지금 구약시대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저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닐숨 박춘식
1938년 경북 칠곡 출생
시집 ‘어머니 하느님’ 상재로 2008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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