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최근 들어 한반도의 남과 북이 서로 언제보다도 실제적인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북한에 관한 호기심이 다시금 일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북한의 교회에 대해서 질문이 들어오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이런 단어를 잘 쓰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북한의 교회를 ‘침묵의 교회’라고도 불러왔습니다. 본래는 공산주의 정체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의 그리스도 교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북한의 경우 1948년 정식으로 공산정권이 서자 북한 지역이 침묵의 교회가 된 것입니다.(가톨릭대사전 참조) 같은 맥락에서 중국의 교회도 국가의 공산화 과정을 거쳐 침묵의 교회가 된 셈입니다. 공산당 통치라는 조건을 뺀다면, 요즘의 중국이 보여 주는 위상을 볼 때 더 이상 침묵의 교회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산주의 체제의 국가들도 그들의 헌법상 종교의 자유는 보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을 보여 주듯 상징적으로 평양에 불교사원, 개신교 예배당, 천주교 성당이 있고 이 종교시설을 이용하는 신자들도 있습니다. 정부의 통제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북한에도 교회는 있는 셈입니다. 북한의 개방과 더불어 분위기는 훨씬 더 완화될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평양 장충 성당 내부.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북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북한의 가톨릭 신자들, 구체적으로는 평양 장충 성당 신자들의 일부는 그동안 북한을 방문했던 가톨릭 사제들을 통해 세례를 받은 사람들이고, 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자들은, 성당회장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이들이라고 합니다.

장충 성당의 제의실에 세례대장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1988년 장충 성당이 세워지고 나서 1992년에 처음으로 일본 주교에 의해 견진성사까지 이뤄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재 평양교구는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관할하는 지역인데, 일본 주교가 견진성사를 집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네요. 아무튼 서로들 양해된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장충성당은 엄밀히 따져, 상주하는 사제가 없으므로 일반 본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런 교회 공동체를 공소라고 합니다. 따라서 장충 성당의 현 상황은, 회장이 그 지역의 공동체를 이끌면서 세례를 주고 있으며, 주일미사도 회장의 안내에 따라 공소예절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천주교와 제도가 다른 불교와 개신교는 각기 승려와 목사가 있습니다. 종교 시설이 있는 곳이 전국적이 아니라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공산화 이전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받아들인 이들이 생존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드러내 놓고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도 하늘 무서운 줄 알아라, 남을 속이지 말아라, 늘 이웃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등의 말로 자녀들을 가르치며 살아왔던 분들이 계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마음으로 품고 있던 신앙을, 우리가 다시 만나 손잡고 고백할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