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보통 신자들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설립된 성당을 우리는 본당(本堂, 영어로는 parish)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어의 파로키아(parokia)에서 온 말입니다. “이웃에 살다”, “함께 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가톨릭 대사전, “본당” 항 참조)

가톨릭 교회의 행정 조직 안에서 본당은 가장 기초가 되는 공동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준본당은 뭘까요? 기초 공동체에는 공소도 있는데 그것의 다른 말이 준본당일까요? 

어림해 볼 때, 준본당은 공소와 본당의 중간 정도가 되는 공동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공소는 사제가 상주하지 않는 신앙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준본당이라고 알고 있는 공동체에는 사제가 상주합니다. 

그럼에도 본당이 아닌 준본당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준본당은 본당과 같은 기능은 수행하지 않지만 공소도 아닌 공동체라고 하겠습니다. 공동체 구성인원을 보면, 공소보다는 인원이 더 많은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지역적으로, 본당이나 공소는 신자들이 사는 곳을 기준으로 공동체가 형성되지만, 준본당의 경우 구성원들의 실제 거주지보다는 사목적 필요에 따라 구성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위한 남대문시장과 가락시장의 준본당, 여행자들과 상인들을 위한 고속터미널 준본당, 도시빈민을 위한 선교공동체, 서강대학교와 같이 가톨릭계 대학 내의 가톨릭공동체 등이 그런 예입니다. 교구의 사목계획에 따라 다양한 준본당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준본당 가운데 하나인 남대문시장 성당. ⓒ조제욱

준본당에서는 교회행정과 관련된 문서들을 발급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례증명, 혼배 관련 서류들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준본당이 있는 지역을 관할하는 본당을 찾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서강대학교의 교목처 성당은 교회행정과 관련하여 지역적으로 신수동 본당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서울대교구 내에 소외계층을 위해 설립된 선교본당(삼양동, 장위1동, 금호1가동, 무악동)이 있습니다. 도시빈민들을 위해 설립된 공동체로서 여전히 취약계층 신자들과 삶을 나누는 선교본당은 "도시의 공소”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주하는 사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에 이에 대해서는 해당지역 관할 본당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 이웃에 숨어 있는 준본당을 찾아가 보면 우리가 모르던 사연들을 듣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이 어쩌면 우리에게 신앙을 새롭게 해줄 계기를 마련해 줄지도 모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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