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 정부 지시였으니 정부가 사과하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쌍용자동차 사건’ 조사 결과 2009년 쌍용차 노조 진압은 청와대 최종 승인으로 이뤄졌으며, 경찰은 강경대응 계획 수립 등을 쌍용차 사측과 공동으로 모의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가 조사한 ‘쌍용자동차 사건’은 200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해 농성을 벌이던 노조원들에게 반인권적 강제 진압을 벌인 사건이다. 2009년 4월 쌍용차 사측은 구조조정으로 2646명을 대량해고 했으며, 노조는 이에 반대해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평택 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사측과 협조해 공장 진입 계획을 세우고 단전, 단수 조치와 함께 8월 4일과 5일, 경찰특공대를 투입하고 대테러 장비를 이용해 강제 진압했다. 이 진압작전으로 농성에 참여했던 노조원 458명 가운데 96명이 연행, 사법처리됐다. 또 대부분이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을 겪었고, 결국 그 뒤 가족 포함 30명이 자살, 질병 등으로 죽었다.

또 경찰은 파업 이후 목숨을 잃은 조합원과 그 가족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 대한문 앞 분향소 설치, 추모 행사, 종교 행사, 집회, 시위, 기자회견 등을 방해했다.

진상조사위는 사건과 관련해 “경찰력 투입 배경과 진압작전 최종 승인 과정, 공장 봉쇄와 단전, 단수 등 차단 조치, 사측 경비용역과 구사대 폭력 행위, 대테러 장비와 유독성 최루액, 헬기 등을 이용한 시위 진압, 8월 4일과 5일 경찰력 행사와 특공대 투입, 경찰의 인터넷팀 운영과 홍보 활동,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대한문 분향소 강제 철거와 집회 대응” 등을 검토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쌍용차 조합원들은 "책임자가 밝혀졌으므로, 반드시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정현진 기자

쌍용차 노조 진압, 경찰 의견 엇갈리자 청와대가 직접 지시

먼저 경찰 투입과 진압작전 최종 승인과 관련, 진상조사위는 “경찰청 내부 문서를 통해 경찰이 노조에 대한 강경 기조의 ‘쌍용차 진입 계획’을 수립했으며, 8월 4일과 5일 이뤄진 강제진압 작전 최종 승인을 청와대가 했다”고 확인했다.

당시 청와대는 강희락 경찰청장과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자, 경찰 병력을 투입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조사위는 농성 중이던 7월 11일부터 강제진압이 이뤄진 8월 4일과 5일까지 경찰과 사측이 협조해 노조를 압박하고 폭력을 가한 사실도 밝혔다.

경찰은 농성 중이던 2009년 7월 11일 공장을 봉쇄하고, 사측과 협조해 물과 가스(7월 20일), 소화전(7월 22일), 전기(8월 2일)를 단계적으로 차단했으며, 음식과 의약품, 의료진 출입도 막았다. 또 공장에 고립된 노조원들에게 밤 11시부터 새벽 3시 사이 헬기 선회비행으로 위협하는 등, 심리적 위협을 가했다.

경찰과 함께 사측은 경비용역과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행위를 했으며, 경찰은 노조원에 대한 이들의 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거나 공장에 함께 진입해 폭행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사용한 장비와 최루액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경찰이 진압작전에 사용한 장비는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당시 경찰은 대테러 장비로 분류된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를 사용했다.

다목적 발사기는 테러범이나 강력범을 진압할 때에도 부득이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써야 하지만, 경찰은 파업 중인 노조원을 진압하는 데 사용했으며, 당시 한 노조원은 테이저건을 얼굴에 맞기도 했다.

또 경찰은 파업기간 동안 노조원을 해산시킨다는 명분으로 헬기 6대를 총 296회 출동시켰으며, 이 가운데 211회는 최루액을 뿌리고, 6회는 위력진압을 했다.

진상조사위는 조사과정에서 노조원, 가족대책위 및 시민단체 회원들은 헬기를 동원한 경찰의 ‘바람작전’은 사람을 휘청거리게 하거나 공장 옥상의 함석판이 날아갈 정도의 강한 바람으로 상당한 공포감을 느꼈다는 진술을 받았다.

또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뿌린 최루액 성분 CS와 디클로로메탄은 국방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농도가 높으면 죽을 수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 자료에는 디클로로메탄을 독성으로 규정하고, 흡입할 경우, 폐부종, 청각 손실, 중추 신경계 억제, 간 기능부전, 신장 기능부전, 심장 부담, 혈액 지표 변화 등이 있다고 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는 디클로로메탄을 2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최루액을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약 20만 리터 살포했다.

진상조사위는 진압 작전이 있었던 8월 4일과 5일 경찰력 행사와 경찰특공대 투입은 경찰 동료들의 피해에 대한 보복 차원의 폭행이었다고 밝혔다.

8월 5일 투입된 경찰특공대는 대테러 임무 담당이었다. 이들은 공장 옥상에서 경찰청장의 사용금지 지시를 위반하고 대테러장비인 다목적발사기를 사용해, 스펀지탄 35발을 노조원에게 발사했다. 또 노조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을 행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이 진압작전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어 보였다. 이들은 이 사진을 찢으며, 남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의지를 밝혔다. ⓒ정현진 기자

경찰병력 투입 정당화 위한 홍보활동, 댓글 대응도

경찰은 또 쌍용차 노조의 폭력성과 불법행위를 부각시키고 경찰병력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홍보활동과 인터넷 대응팀도 운영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2009년 7월 27일부터 8월 6일까지 수원역, 안양역, 부천역 등 26개 장소에서 노조의 폭력행위와 경찰 피해 상황 등에 대한 ‘쌍용차 노조의 불법 폭력 무기류 및 사진 시민홍보 전시회’를 개최했다며, “이러한 활동은 경찰병력 투입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또 경기지방경찰청은 2009년 7월 2일 조현오 청장의 지시에 따라 경찰관 50명으로 구성된 ‘쌍용차 인터넷 대응팀’을 구성해 관련 기사, 동영상, 포스트 글 등에 댓글을 달고 게시물을 쓰는 등 여론 조성 활동을 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홍보활동은 편향적이었으며, 인터넷 대응활동은 경찰의 정당한 업무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대량해고와 강제진압, 손배소청구 등으로 노조원과 그 가족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대한문에는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경찰은 대한문 분향소에서 진행된 추모행사, 종교행사, 집회, 시위, 기자회견 등을 지속적으로 방해했으며, 참석자들의 이동권을 제한했다.

뿐만 아니라 쌍용차 진압에 참여한 경찰은 1계급 특진을 했다.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성과주의 정착을 위한 전·의경부대 등급별 관리계획’에 따라 ‘경찰관 기동대 평가’를 시행했는데, 이 가점 항목에는 ‘불법폭력 시위 혐의의 현행범 등 체포 후 경찰관서 인계’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시위자를 구속했을 경우 1명당 2점, 불구속했을 경우 1명당 1점, 훈방했을 경우 1명당 0.1점으로 가산점을 주고 쌍용차 사건에서도 검거실적이 높은 경찰 직원에게 포상으로 특진을 시켰다.

경찰청 인사담당관의 자료 가운데 ‘09년 쌍용자동차 상황 관련 특진자 현황 통보’를 보면, 당시 경기경찰청 기동단 소속의 한 경장은 쌍용차 불법시위사범 검거 유공이라는 공적을 이유로 1계급 특진된 사실이 확인된다.

진상조사위는 이 같은 조사결과에 따라 경찰청에, “경찰의 공권력 과잉행사와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한 의견 발표와 사과,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명예회복, 치유 방안 마련, 쌍용차 조합원에 대한 국가의 손배청구소송과 가압류 취하”를 촉구했다.

강제진압 사건 뒤, 국가와 경찰 개인들은 민주노총과 조합원 개인들에게 진압장비와 차량, 헬기, 기중기 손해와 상해를 입은 경찰들의 국가 부담 진료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등을 청구했다.

청구 금액은 모두 24억 원이었으나, 소송병합, 청구취지 감축 등으로 최종 16억 8000만 원이 청구됐고, 1심 법원은 약 14억, 2심 법원은 약 11억을 인정했으며,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진상조사위는 또 “노동쟁의 대응 방안과 관련해 경찰력 투입 결정과 그 책임 소재가 투명하고 분명하도록 관련 지침 및 절차 방안 마련, 피해를 입은 경찰에 대한 책임 있는 치료 및 회복 조치, 헬기를 이용한 진압 금지, 테이저건과 다목적 발사기의 집회, 시위 등 사용 금지와 관련 규정 보완, 경찰특공대의 집회, 시위, 노동쟁의 현장투입 원칙적 금지와 편성체계 및 운영방법 개선” 등을 권고했다.

2009년 경기지방경찰청이 만든 '평택 쌍용자동차 진입계획' 일부. (자료 제공 = 진상조사위)

해고자들이 틀리지 않았다
2009년 살인진압, 상당한 범죄행위, 공소시효 남아

한편 이날 진상조사위 발표 뒤에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쌍용차 범국민대책위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먼저, “진상조사위가 진실의 일말을 밝혀 줬지만 억울하게 숨진 동료와 가족 30명이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통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들은 살인진압 책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 조현오 전 경찰청장, 박영태, 이유일 쌍용차 전 공동대표와 실무 책임자인 것으로 드러난 만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하며, 공소시효가 끝난 범죄는 특별법을 제정해 살인, 폭력진압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문재인 정부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빨리 진실을 밝혔더라면 김주중 조합원은 구할 수 있었다”며, “함께 살자고 싸웠던 노동자들을 범죄자, 빨갱이, 폭도, 테러리스트로 낙인 찍어 감옥에 가뒀던 지난 정부의 잘못을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했다.

이들은 경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조사위가 조사하지 않은 쌍용차 노조와해 비밀문서를 전격 조사하라며, “쌍용차를 압수수색해 노조와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실행한 책임자를 조사하고 엄벌하고 특검과 국정조사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태호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놀랍게도 경찰은 노동자들을 위해 사과하지 않고, 자신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며, 조사위원회는 아직 모든 조사를 하지 못했다”며, “진실규명은 이제 시작이고, 국가가 짓밟은 노동자들을 정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위원장 김태우 변호사는 쌍용차 사건은 사용자가 아니라 국가와 경찰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며, 이 사실을 확인하는 데 9년이 걸렸다며, “2009년의 행위들은 상당히 중요한 범죄행위로 특수상해 등에 해당하며 이 시효는 아직 1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9년 동안 사건의 피해자들은 억압적 정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진상조사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피해자들은 현재 과도한 진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쌍용차 김선동 조합원은 “10년 가까이 지나 우리 해고 노동자들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알게 됐다”며, “이명박이 구속되어 있지만, 그의 모든 것을 빼앗아서라도 해고자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받아야 될 것 같다. 그동안의 고통과 쓰러진 동지들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 억울한 죽음과 부당한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