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핵발전소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입장은 확연히 나누어집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미 있는 위험한 핵발전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으니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대신에 현실적 보상을 요구합니다.

소수의 사람들은 위험한 핵발전소 곁에서는 살 수 없으니 집단 이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 물질 때문에 자자손손 몹쓸 병으로 고통받느니 차라리 30킬로미터 밖으로 이주를 시켜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에서는 다수의 사람들 편에 서 있습니다. 집단 이주의 법적 기준도 명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월성 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 중에서도 끊임없이 집단 이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상여를 메고 월성한수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소수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소변검사에서 삼중수소가 배출되고, 갑상선암을 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아리 주민들 중에서 골육종과 백혈병이 발병되어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기도 합니다.

월성 핵발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양남면 나아리에서 살고 있는 신용화 월성핵발전소이주대책위 사무국장은 “라돈 침대는 리콜이라도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리콜되나요”라며 반문합니다. 절규에 가까운 이 질문에 '사람이 먼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는 답해야 할 것입니다. ⓒ장영식

라돈 침대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했습니다. 그러나 라돈 침대의 피폭보다 더 위험한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폭 문제는 무관심합니다. 바로 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아리 주민 신용화(월성핵발전소이주대책위 사무국장) 씨는 “침대는 리콜이라도 되지만, 우리는 어떻게 리콜되나요”라며 반문합니다. 라돈이 기체가 되어 체내로 흡입되면 폐암 발생률이 9배나 됩니다. 그러나 핵발전소에서 배출한 방사능 물질에 피폭되면 유전자가 파괴되고 변형돼 갑상선암과 백혈병으로 대변되는 혈액암과 골육종 등의 발생 빈도가 늘어납니다.

핵발전소는 위험합니다. 그 핵발전소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 위험합니다. 핵발전소에서 배출하고 있는 핵폐기물은 더 이상 저장할 곳도 없습니다. 특히 고준위핵폐기물의 안전한 저장 방법에 대해서는 세계 어디에서도 그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가 영구 폐기된다고 하더라도 핵연료봉 등의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월성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은 지금 현재 세대가 겪고 있는 불안과 위험을 미래 세대에게 대물림할 수 없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절규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들의 절규에 닫힌 입을 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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