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피해 가족들 경찰청과 면담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30일 쌍용차 피해 가족들이 경찰청장과 면담을 요청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조사위 권고안 즉각 이행,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손해배상 소송 철회, 명예회복 및 경찰청장의 직접 사과 등을 요구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는 28일 조사보고서를 발표해 2009년 쌍용차노조 진압을 이명박 대통령이 최종 승인했고, 경찰이 사측과 공동작전으로 노조를 폭력으로 진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청에는 사과, 손배가압류 취하, 재발방지책 마련을 권고하고, 정부에는 사과 및 명예회복과 치유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쌍용차 가족이자 심리치유센터 와락 대표인 권지영 씨는 진상조사위 보고서가 “충격적이지도 놀랍지도 않다”면서 “파업한다고 국가가 앞장서 폭력 진압을 해 주고 (파업 노동자에게)손해배상을 물리는 나라에서는 어떤 국민도 국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맨 앞에서 노동자들에게 테이저건을 쏘고 곤봉과 방패로 때리며 최루액을 쏟아 부었던 경찰의 입장을 오늘 듣고 싶다”고 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2009년 당시 가족대책위 대표였던 이정아 씨는 “사측 관리자들이 욕을 하고 물병과 돌멩이를 던졌다. 당시 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그 물병에 맞아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우리를 지켜 달라고 절규했으나 한 마디도 대꾸 없이 철수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직접 겪은 몇 가지 폭력 진압의 사례를 말하며 “이미 경찰이 우리 편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그날 철저하게 우리는 국가로부터 버려진 사람들, (그들의) 적”이란 생각이 들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10년이 흘렀지만 아픈 기억들이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고 싶다며 “책임자들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들이 한 만큼만 처벌받고 우리에게 공식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의료지원도 없었다. 당시 경찰은 의료인들이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았고 이들을 강제 연행해 유치장에 가둬 벌금형을 선고 받게 했다.

30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들이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수나 기자

당시 의료지원을 했던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의료지원을 나가서 벌금형까지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면서 30년 동안 의료지원을 해 온 단체 경험을 봐도 “군부독재 때도 의료진을 막은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 쌍용차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과 정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다시 2차 피해를 겪게 된다. 진실을 위해서 진술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당사자들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국가폭력 피해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세심하고 특별한 프로그램”이 정부의 정책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폭력 진압이 있던 파업 당시부터 현재까지 가족들이 겪은 고통으로 “우울, 공황장애, 암, 이혼, 돌연사, 자살” 등을 꼽았다.

그들은 “어린 아기와 아이들이 있는데도 하늘에선 바닥으로 최루액 봉지를 떨어뜨렸고, 경찰은 눈 앞에서 시위대에게 달려들어 곤봉을 휘둘렀다"며 진실에 조금이라도 다가선 것이 고맙지만 “그동안 국가가 우리의 아픔을 외면했기에 분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보낸 9년의 세월에 대해 이제 당신들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바로 쌍용차 가족들과 경찰청 관계자들 사이에 면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진상조사위 권고안에 대해 "최대한 빨리 입장을 밝혀 줄 것,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즉각 철회할 것, 노조와해 비밀문서에 대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해 조사할 것, 경찰청장이 평택을 방문해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경찰청의 후속 조치를 논의 중이며 다음 주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장이 언론을 통해 사과하고 평택에 방문해 사과할지 여부를 논의하겠으며 댓글부대 등에 대해 수사하고 노조와해 문서도 검토하고 고소고발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노동자 아내 7명 등은 경찰청 관계자들과 면담했다. (사진 제공 = 쌍용차 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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