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과 가난에 맞서는 가톨릭

말라위와 미얀마 가톨릭교회의 어려움에 대해 듣고 한국 교회가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가 19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심포지엄을 열었다.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은 공식 교황청 산하 재단으로 세계 140여 개 나라에서 가난, 전쟁, 종교적 박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성직자, 수도자, 신자와 가톨릭교회를 위해 성전 건립, 성직자 양성, 생계와 긴급 구호 등을 돕는다.

먼저 말라위 좀바교구장인 조지 데스몬드 탐발라 주교가 “빈곤, 고립, 질병, 그리고 부상하는 근본주의 – 말라위 교회를 향한 위협과 도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탐발라 주교는 극심한 가난으로 그리스도교 근본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아프리카 전통 신앙의 미신 같은 종교적 광신 문제가 나타난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말라위 국민의 60퍼센트가 식량 부족을 겪을 만큼 가난하고, 젊은이에게는 취업의 기회가 없으며 정부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돈을 내도록 하는 부패한 관리들이 있다.

특히 그는 의료시설이 거의 없어 “임신 중인 여성이 아이를 낳기 위해 멀리까지 걸어가야만 하고 길가에서 아이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가난이 주는 절망 때문에 사람들은 종교적 광신주의에 빠지며 종교가 가난을 줄이고 더 낫게 하기보다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슬람인들이 가난을 해결해 주겠다고 하거나, 오순절 복음주의 교회가 가난을 하느님이 내리는 저주라고 하면서 더 이상 가난하게 살지 않도록 돈과 기적을 주겠다고 하는 약속으로 사람들을 종교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교회들은 자신이 예언자라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의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국민들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포기하기 때문에 가톨릭은 교리교육을 제대로 시켜 이런 속임수에 빠지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토속 신앙이 강조하는 미신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했다. 토속 신앙은 그리스도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강한 신앙으로 누군가를 죽여 그 사람의 눈, 코, 귀, 팔 등 신체 일부를 주술 의식에 쓰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사람들을 현혹한다.

또한 다른 종교와 문화를 싫어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학비를 조건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을 버리라고 주문하고 소녀들에게 히잡을 쓰도록 강요하며 가톨릭 학교에서도 이슬람 복장을 하도록 시킨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가톨릭교회는 신앙을 제대로 알리는 교리교육에 힘쓰고,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학교 교육에 중점을 두고 학비를 지원한다.

무엇보다 주교회의에 종교간대화위원회를 두고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이 함께 평화, 정의,보건 등 사회적 문제를 성찰하고 토론한다.

그는 종교적 광신주의와 싸우기 위해서는 교리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ACN이 사제와 신학생, 교리 교사 양성을 도왔다고 소개했다.

19일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는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말라위와 미얀마 교회의 어려움과 도울 방안을 찾는 심포지엄과 미사를 마련했다. (왼쪽부터) 사회자 주원준 씨, 말라위 탐발라 주교, 미얀마 탕 주교, ACN 오스트리아 지부장 레히베르거 씨. ⓒ김수나 기자

미얀마 주교회의 의장이며 칼레이 교구장인 리안 켄 탕 주교는 “사랑, 희망 그리고 영감을 주다 – 미얀마 교회의 호소”를 주제로 발표했다.

탕 주교는 발표에서 “한국은 식민지와 전쟁, 순교자의 힘든 역사를 겪은 뒤 발전한 나라”라며, “그리스도교 가치를 전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슬람과 잘 지내고 평화를 이루며 시민과 잘 관계 맺고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지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젊은이들이 미얀마를 떠나는 “대탈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 교회에는 고통을 완화시켜 줄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방인을 도운 착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이 아닌 고통, 조롱, 침 뱉음, 부인, 거절, 비난, 눈물과 관련된, 우리 존재 자체를 주어야 하는 사랑”이라며 “이러한 사랑이 미얀마 사람들에게 영감을 줘 다른 이의 삶을 치유하고 국가를 세울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는 직접 십자가의 길을 통해 고통받으며 희망을 보여 주셨다”면서 “미얀마 교회는 비탄, 비난, 고통을 받으면서도 희망을 보여 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 교회는 2018-22년까지 5년간 사회사목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다민족, 다종교 국가로서 국가와 인종, 단체의 정체성을 고려한 것으로 “원주민의 권리와 환경 보호”, “온전한 인간 발전”, “여성의 사회참여”, “종교간 대화”로 이뤄졌다.

특히 “종교간 대화”는 평화의 문화를 보호하고 증진하며 종교간 불신과 극단주의에서 비롯된 폭력을 피하는 것이 중심이다.

이어진 공개 토론은 ACN 한국지부 이사인 주원준 씨가 사회를 맡아 한국 교회가 두 나라를 도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찾아보았다.

말라위의 탐발라 주교는 사제들이 젊은이를 지원하고 신앙을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이나마 없고 교구에 두 군데뿐인 병원에는 침대가 없어 임산부들이 땅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또 다른 큰 어려움은 신학교에서 사제를 키워 낼 수 있는 지도 사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말라위 주교들은 신학교 문을 닫기로 했지만 ACN의 도움으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면서 좋은 신부님을 보내 주길 청했다.

미얀마의 탕 주교는 정부 정책 때문에 민족간 분쟁이 계속돼, 여러 주에서 가톨릭 사제와 교리 교사들이 쫓겨나는 등 종교 자유가 제한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로 외국으로 떠나는 상황을 설명하며 교육에 지원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가톨릭 재단의 학교를 운영하는 게 아직은 어렵고 유치원을 연 정도이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방문 교수를 미얀마에 보내 줄 것과 자매결연 등을 통해 사제와 수녀 양성을 도와주길 요청했다.

ACN 오스트리아 지부장 헤르베르트 레히베르거 씨는 많은 곳에서 성직자들이 담당해야 하는 지역이 너무 넓은데도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운송수단이 없어 사목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운송수단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고 의약품, 식량, 교육, 사제 양성 지원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CN의 장학금을 받고 양성된 이라크의 젊은 사제가 부활주일에 이슬람주의 단체의 공격을 받고 성당 문을 닫도록 협박을 받았지만 닫지 않아 살해당했다”면서 “우리의 임무는 이런 사람들을 잊지 않고 박해 받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소식을 널리 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ACN 한국지부 이사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의 시작기도와 ACN 한국지부 이사장인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의 인사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광주대교구)의 축사로 시작됐다.

염수정 추기경은 ACN은 구체적 현장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인의 상황을 알리고 도왔으며 “이번 심포지엄 역시 극도의 가난, 무거운 불의에 대해 필요한 해결책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실패한 권력에 대해 말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축사를 전해 온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과거 전쟁과 빈곤으로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가 아닌 주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궁극적으로 ACN과 같은 국제적인 도움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는 것은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것이며 가난한 이들의 외침을 흘려듣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올해가 네 번째로 한국 가톨릭교회가 세계 다른 지역의 교회와 형제, 자매들이 겪는 어려움에 관심을 갖고 도울 수 있도록 마련됐다.

2015년에는 멜키트 그리스 가톨릭교회 홈스대교구장 장 아브도 아르바흐 대주교가 전쟁으로 갈라진 시리아의 상황을, 2016년에는 이라크 아르빌대교구장 바샤르 와르다 대주교가 IS근본주의 테러와 전쟁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교육을, 2017년에는 파키스탄 세바스찬 쇼 대주교가 파키스탄, 레바논, 우간다의 가톨릭 신자에 대한 차별과 강제퇴거, 도피 상황을 전했다.

ACN은 현재 전 세계 23개 나라에 지부를 두었고 한국은 21번째 지부로 아시아 나라로는 최초다. 최근에는 생존 위협과 이슬람 근본주의로 인한 종교적 박해에 처한 중동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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