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교회 차원 지원 위해 사목 지침 마련

한국 교회는 2017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농어촌 이주노동자’를 우선적으로 도와야 할 사회적 약자로 선정한 뒤, 이번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는 이들에 관한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목 안내문을 내놓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와 국내이주사목위원회가 1년 동안 이들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마련한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를 위한 안내문’은 전국 각 교구에 전달된다.

정의평화위원회 노동사목소위원회 총무 정수용 신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시대의 가장 약한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 법적, 제도적 후속 조치들이 나올 것”이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사회교리가 말하는 소중한 연대의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부산교구 국내이주사목 담당 차광준 신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통화에서, 2016년 교황이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제정함에 따라 2017년 주교회의 추계총회 때 해마다 우선해서 도와야 할 사회적 약자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의 지원을 아직까지 받지 못한 그들에게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교회가 교회다워지는 데 아주 중요”하며, “교회는 제도권이나 안정된 곳에 머물지 않고 더 도움이 필요하고 힘든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내문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계약 위반, 불법적 파견근로”, “과도하고 일방적인 임금 공제”,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가입 제외” 등 구체적 사례를 관련법에 근거해 설명한 뒤, 4가지의 사목적 관심과 실천 방법을 제시했다.

구체적 실천 방법으로는 “본당과 공소 사목 중 관련 사례가 있는지 관심을 가질 것”, “사목자와 신자들의 이해를 돕는 농어촌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 실시”, “대화나 소문 등 간접적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 적극적 관심과 배려”, “관련 기관이나 단체에 사례 발견 시 연락하기”이다.

우선적 약자로 선정된 ‘농어촌 이주노동자’는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노동시간, 임금, 숙소, 불법파견 근로와 산재보험 등의 조건이 가장 열악하다.

2018년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른 업종 이주노동자에 비해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 평균 월급, 휴일에서 가장 열악했다.  

대부분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조립식 널빤지나 컨테이너로 지은 가건물 같은 열악한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도 숙소비도 업종별 평균보다 많았다. 임금에서 숙소비를 제외하고 지급받는 경우도 90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이주와 인권연구소가 실시한 ‘2018 이주노동자의 최저임금과 인간다운 삶터를 지키기 위한 실태조사’. (이미지 출처 = 국가인권위원회)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인권 가이드라인 재구축을 위한 연구’(보고서)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가 처한 인권 문제로 7가지를 꼽았다.

가장 큰 문제인 "장시간 저임금 노동"은 근로기준법 제63조에서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의 특성 때문에 농림, 축산, 수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대한 법적 보장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주당 근로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따르더라도 초과 근로가 가능한 시간은 주당 48시간이 한도다.

하지만 많은 고용주들이 하루 8시간 노동에 해당하는 최저임금만을 지급하고 초과 노동시간에 대한 대가는 기숙사비로 공제한다.

이 밖에도 “이면합의서 서명 강요”, 노동청의 “편파적인 근로 감독 실태”도 문제다.

고용허가제법에 따라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다른 사업장에 보내 일을 시키는 일이 불법인데도 흔히 일어난다. 이러한 “불법 파견 근로”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됐을 때 책임질 사람이 불명확해진다.

보고서는 농축산 이주노동자들이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가입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지적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의 농업, 임업, 어업 등에서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이면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에 따라 4대보험 중 유일하게 이주노동자의 체류 자격과 상관없이 적용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

2017년 4월 기준으로 전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50퍼센트 이상이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데 고용주가 사업자등록증이 없으면 직장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또한 대개의 농축산업 사업장이 지역의 외딴 곳에 있고, 모든 생활공간이 고용주의 통제 아래 있어 일상적으로 폭언, 폭행, 성폭력, 협박, 멸시와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사됐다.

‘고용허가제 고용동향’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 6만 8000여 사업장에서 25만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한다.

이들 중 2만 4000여 명(고용노동부, 2018년 8월 말 기준) 정도가 농축산업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고 국적은 캄보디아, 네팔, 타이, 베트남 순이다. 이는 고용허가제로 일하는 경우로, 정식 체류 자격이 없는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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