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신랑, 신부. (이미지 출처 = Pixabay)

혼인성사의 집전자에 대해 묻는다면 별 생각 없이 주교나 신부라고 답하실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일견 교회법 제 1108조 2항을 보면, 혼인의 주례자는 그 자리에 입회하여 혼인 당사자들의 합의 표명을 요청하고 그것을 교회의 이름으로 접수하는 사람만을 뜻합니다. 즉, 일반적으로는 주교, 사제나 부제가 되겠습니다. 

하지만,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사실상 그 자리에 혼인유대를 위해 출석한 혼인당사자들임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 내용을 많은 분들이 간과하고 계십니다. 즉, 앞서 언급한 혼인의 주례자는 이 예식의 집전자라기보다는 혼인 당사자들의 합의 표명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며, 혼인에 대해 교회를 대표하는 증인이 됩니다. 신랑과 신부의 곁에 선 증인도 그 혼인에 대한 목격자들입니다. 

혼인성사의 집전자를 혼인 당사자로 보는 이유는 혼인성사의 사효적(事效的) 표징(signum efficax) 때문에 그렇습니다. 참고로, 성사의 사효성은 성사의 집전자나 성사를 받는 이의 자격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정하신 은혜를 그 성사를 통해서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혼인성사의 사효적 표징은 성사예절에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신앙과 사랑을 바탕으로 부부가 주고받는 인격적 상호증여로 성립합니다. 혼인의 핵심을 단순히 혼인전례가 아니라 혼인당사자들의 혼인 동의에 둔다는 의미입니다. 이것 때문에 혼인에서 합의 표명을 하는 이들, 즉 혼인 당사자들이 이 성사에 본질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혼인전례 자체가 중요하다고 하면 그 전례를 주도하는 이가 성사집전자가 되었을 것입니다만, 혼인 동의에 무게를 두기에 혼인 당사자들이 집전자가 됩니다. 동시에 성사를 받는 이가 되기도 합니다.(가톨릭 대사전, “혼인성사” 항, 참조) 

혼인성사에 담긴 의미는 매우 묵직합니다. 혼인이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일치를 상징하는 표지이기에 그렇습니다. 혼인을 하는 데 장애를 갖지 않는 남녀 그리스도교인과 하느님께서, 그 남녀가 주고받는 혼인동의를 통해, 혼인유대를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의 일치를 드러내 보여 주는 영원한 표지로 승격시키는 성사라고 혼인성사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혼인성사를 받으신 분들은 그 미사를 집전하였음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복된 예절을 통해 하느님께서 마련해 두신 은총을 가득하게 받은 분들입니다. 지상에서 교회가 그리스도와 불가분의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삶으로 보여 주는 분들입니다.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행복하시길 빕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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