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 세계 총회에서 촉구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FIMARC, 피막)이 유엔 총회에 안건 상정된 ‘농민권리선언’ 채택을 촉구함에 따라 한국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생활공동체,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19일 피막 서한과 항의 서한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지난 9월 유엔인권이사회는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에 관한 유엔 선언’(유엔 농민권리선언)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한국은 “국내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기권했다.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12월 18일 유엔 총회 채택을 앞두고 있다.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세네갈에서 열린 피막 세계총회에서는 유엔 농민권리 선언 즉각적 채택을 촉구하고, 특히 대한민국 정부에 “기권 입장을 바꿔 채택에 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가톨릭농민회와 농민단체 등은 11월 19일 관계부처인 외교부와 농림축산식품부를 방문해 입장문과 피막 서한문을 전달하고 20일 열릴 유엔 본부 회의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지난 5년 동안 농민권리선언 초안 마련을 위한 과정에 참여한 한국정부가 정작 표결에서 기권한 행태는 납득할 수 없다. 이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으로 시작된 촛불항쟁으로 탄생한 정부에 대한 기대를 무색하게 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또 “한국 정부는 지금이라도 유엔인권선언의 내용을 전 국민에게 알리고, 20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회의에 적극 대응할 것 그리고 12월 18일 유엔총회에서 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되도록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피막은 “세계 지도자들이 농민들이 여러 형태의 차별과 인권 침해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으며, 농민들을 더 지원하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를 더 많이 인식하고 있다”며, “농민과 농촌지역 사람들은 식량권 실현의 조건을 마련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땅에 대한 권리, 인구, 종자에 대한 권리, 물과 같은 생산수단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했다.

또 “인권과 농민의 기본적 권리 외에도, 선언문은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통해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도 적절하며, 식량과 농업 시스템을 정의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며, “농민은 경제적, 생태학적, 문화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는 식물 재배를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이 권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월 5일부터 14일까지 세네갈에서 열린 국제가톨릭농민운동연맹(피막) 세계 총회 참가자들이 한국 정부의 유엔 농민권리선언 찬성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김인한)

유엔 농민권리선언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뒤에도 국제인권법으로도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의 인권을 기본적 권리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선언이다. 특히 농민권리선언은 농민이나 농촌노동자뿐 아니라 전 인류의 ‘식량주권’을 보장한다는 선언이며, 2018년 현재 굶주림을 겪는 전 세계 약 8억 명의 생명권과 인권,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서문을 비롯한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농민권리선언은 농민과 농촌지역민의 인권, 식량주권, 토지와 물, 종자, 생물다양성, 전통지식에 대한 농민의 권리, 발전권, 사법접근권을 비롯해 차별받고 소외받는 아동, 청년, 여성의 권리까지 구체적으로 포함한다.

한편 피막은 1964년 농민과 농촌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조직으로 창립됐다. 창립부터 전 세계 빈곤과 기아를 없애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유엔난민기구,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의 협의체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국제농업식량기구의 옵서버, 세계식량안보위원회 참가자다.

피막이 정한 주요 행동방침은 “가족농업과 생태농업 진흥 및 보호, 공정무역 등을 통한 연대 경제, 식량주권과 농민권 보호, 농촌지역 이주 문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와 농업에 기반한 농민, 민중 사이의 정의와 연대” 등이다.

피막 세계 총회는 4년마다 열리며 올해는 세네갈에서 “모든 생명을 보호하는 공정하고 품위 있는 지역 건설을 위해 연대와 조화 속에 함께 나가자”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은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전국 본부장 김인한 신부와 강성중 사무총장, 도시생활공동체 회장단 등이 참석했으며, 백남기 씨 부인 박경숙 씨도 참가해 회원국에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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