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가장 연대적인 사람 - 맹주형]

현재 새만금 위성사진 모습. 지난 11월 30일 한국환경회의가 '정부의 새만금 개발정책에 대한 간담회'를 했다. ⓒ맹주형

새만금 해창 갯벌에 살던 백합, 동죽, 맛조개, 새조개, 대추귀고둥, 바다 민달팽이, 짱뚱어를 나는 아직 기억한다. 그 갯벌에서 맨손어업을 하던 어머니들. 갯벌 생명들 덕분에 생계는 물론 자식들 공부까지 시켜 늘 갯벌에 고마워하던 검게 탄 어머니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 소중한 갯벌을 메운다 하여 길 위에서 65일, 36만여 걸음, 12만여 번의 절을 하며 가던 종교인들의 모습을 나는 아직 기억한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에 세계 최고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들고 수상 태양광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1991년 시작한 새만금 개발사업은 현재까지도 살아 있는 환경 이슈다. '새만금 도민회의'에 따르면, 지난 27년 동안 새만금에 10조 원을 투자했음에도 내부 매립은 12퍼센트 수준이고, 공장은 달랑 6개만 입주했다. 앞으로 20년 넘게 매년 8000억 원이 투자되어도 사업 완료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지난 27년 동안의 어업 피해는 15조 원, 앞으로도 관광 및 수산업 피해가 매년 1조 원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이미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다.

생태적으로는 어떤가. 새만금 수질은 상류인 동진강은 2018년 9월 기준 9.3피피엠으로 5급수 수준이다. 새만금호 저층은 올해 8월 기준 5미터 지점부터 무산소층으로 생물이 살 수 없다. 정리하자면 새만금 상류 만경강은 최악의 6급수 수준이고, 새만금호 저층은 생명이 살 수 없는 무산소층이며 표층수는 4-5급수다.(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조사결과)

어민들에게는 경제성도 없으며 생태관광지로의 가치도 떨어지고 수질은 최악으로 치닫는 새만금은 국가 주도형 개발사업의 실패 사례다. 그런데 이를 다시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계획 역시 우려가 크다. 우선 새만금은 태양광 발전보다는 조력 발전이 적합하고, 어민들의 어업을 위한 해수유통이 지금보다 확대될 수 있기에 대규모 수상 태양광 단지 조성에 어민들은 반대한다. 또 재생에너지 메카를 조성하겠다며 20년 뒤에 철거한다는 계획도 적절치 않다. 간척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20년 뒤 국가 에너지 계획을 예측하기 어렵고, 에너지 클러스터 계획에 따라 입주한 연구, 생산기업들은 20년 뒤를 보장받을 수 없다. 이렇게 한시적인 계획을 믿고 들어올 기업이 과연 있을까?

2003년 4월,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천주교모임 삼보일배 참가자들이 갯벌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맹주형

결국 개발이 다시 개발을 부르는 모양새다. 새만금 갯벌을 그대로 놔두었으면 지금까지의 어업 손실은 고스란히 이익이 되었을 것이다. 새만금 지역은 과거 세계 3대 갯벌로 순천만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 곳이었다. 현재 순천만은 생태관광지로 경제적 가치만 연 1747억 원, 총 자산가치는 약 1조 97억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최고의 경제성이요, 이익이 된다.

집권 2년 반 문재인 정부에서 흑산도공항, 제주2공항, 케이블카 사업 등 각종 개발 정책이 고개를 쳐들고 있다. 2003년 7월 당시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최영수 주교, 조계종 법장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백도웅 목사 등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새만금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쓴 제안서에서 “(대통령이) 국책사업을 계승한다는 과거에 무게를 두지 말고, 자연과 인간, 현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향해 국민을 이끌어 주시길” 부탁했다.

자연과 인간, 현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는 갯벌에 사는 백합, 동죽, 맛조개, 새조개, 대추귀고둥, 바다 민달팽이, 짱뚱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다. 결국 생태계 보존과 함께 살아가는 정책이 최고의 경제적 이익이며, 미래의 희망이 됨을 문재인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정의 평화 창조질서보전(JPIC) 연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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