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영풍제련소를 방문했던 한 시민이 시를 남겼다. 그 시를 대구환경연합 활동가가 페이스북에 소개를 했다고 한다. 이 시를 보고 석포면현안대책위와 영풍제련소노동조합이 대구환경연합 활동가를 고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석포면 석포리는 살벌한 현수막으로 도배되고 있다. 이 현수막은 석포면 전체 주민의 뜻이라기보다는 석포리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던 1930년대 미쓰비시의 칠성광업소에서 생산하던 아연 광석은 소규모였다. (주)영풍광업은 일본이 패망한 뒤 운영하지 않고 있던 칠성광업소를 1961년 정부로부터 불하를 받고, 그 이름을 연화광업소로 변경하였다. 연화광업소에서 대규모로 채굴한 아연 원석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했다. 그 주요 기업이었던 동방아연이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주)영풍광업이 제련소를 지어 직접 아연을 제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방아연과 기술제휴로 1970년에 석포 영풍제련소를 짓고, 아연을 제련하며 수출하기 시작했다.(주1)

석포 영풍제련소는 비와 눈이 오는 날이면 모든 배출구에서 수증기를 내뿜는다. 이 수증기 안에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질들이 대기와 토양 그리고 수질을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장영식

48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떠나고, 노동자들과 가족 그리고 하청업체와 자영업자들이 석포리로 이주하였다. 결국 석포리는 영풍제련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최근 언론에서 석포 영풍제련소가 보도되기 시작하자 영풍제련소 노동자들과 석포리 주민들은 영풍제련소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동자들과 주민들이 시민단체의 차량을 제지하며 시위를 한 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영풍제련소의 현장을 확인했던 한 시민의 시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의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석포면현안대책위와 영풍제련소노동조합은 영풍제련소로 인한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이 옳을 것이다. 특히 온갖 중금속으로 오염된 대기와 토양 그리고 수질로부터 건강권과 생명권을 위협받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보호 대책을 영풍제련소에 제기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장의 현수막은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에 대한 ‘처단’을 말하고, 아이들을 볼모로 경북도를 협박하고 있다. 이미 석포의 초등학교 주변 토양과 대기의 오염은 밝혀진 상태이지만, 그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현수막은 전무하다. 필자는 비가 왔을 때도 눈이 왔을 때도 석포리를 찾았었다. 첫눈이 함박눈처럼 내리는데도 학교 운동장이나 아파트 주변 그리고 거리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가끔 눈을 치우는 주민들만 목격했을 뿐이다. 그것은 이미 석포리 주민들이 비와 눈 속에 중금속 오염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낙동강 최상류에 오염수를 무단방류해서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내린 경북도를 향해 석포리 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는 현수막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장영식

필자는 지난 48년간 영풍제련소가 노동자들과 주민들 그리고 자연생태계를 착취하고 이윤만을 추구한 사실에 분노한다.(주2) 중금속 오염물질을 산야에 매립한 사실에 대해서도 분노한다.(주3) 중금속 오염수를 낙동강 최상류에 무단방류한 것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무엇보다도 영풍제련소가 문제의 본질을 속이고, 노동자들과 주민들을 시민단체와 적대시하고 대결하는 갈등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분노한다.

영풍제련소는 더 늦기 전에 석포면 주민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 건강권과 생명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생존권이 아니겠는가. 영풍제련소에서 내뿜는 온갖 중금속으로 오염된 사람들과 자연생태계를 회복시켜야 한다.(주4) 그 일차적인 행동은 석포면 주민들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다. 또한 낙동강을 터전으로 붙박고 살고 있는 1300만 영남인들에 대해서도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주)영풍이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책무다.

석포면현안대책위에서 내걸은 현수막에는 '환경단체를 처단하자'라는 섬뜩한 문구가 석포리의 모순을 대변하는 것 같다. ⓒ장영식

*다음은 어느 시민이 남긴 시를 옮긴다.

 

영풍 제련소

 

거대한 괴물

넘을 수 없는 골리앗

 

콸콸 품어져 나오는

짙은 오염은

날 죽이려고 강물따라 온다.

 

(중략)

 

알려져야 하고

알아야 한다.

 

무거운 그 진실을

 

우리의 젖줄

낙동강이 죽어가는 것을

 

영풍 제련소의 물맛이

무척 달다.

 

익숙한 그 물맛이

오늘따라

죽인다.

 

 

주1. 1973년 8월 21일, 11월 8일 <매일경제> 참조. 1974년 3월 31일 <국제신보> 참조.
주2. 1980년 5월 19일 <경향신문> 참조.
주3. 1979년 4월 3일 <동아일보> 참조. 1992년 7월 28일 <한겨레> 참조. 
주4. 1979년 5월 29일 <동아일보> 참조.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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