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석포 영풍제련소 제3공장의 역할은 분명하다. 석포 영풍제련소 1, 2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슬러지들을 처분하는 시설로 제3공장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3공장은 1, 2공장에서 배출된 대규모 폐슬러지들을 다시 가공해서 금과 은, 인듐 등의 귀금속을 추출한다. 그 후의 폐슬러지들은 석탄을 이용해서 태워 버린다. 태울 때 나오는 기체는 대기로 배출하고, 다시 물과 모래를 섞어서 거른 뒤에 하루 동안 대형 수송차량에 실어 두었다가 시멘트 공장으로 이송한다. 이 마지막 폐슬러지들은 산업폐기물 재활용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으로까지 등록되어 시멘트 공장으로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산업폐기물들은 시멘트 공장에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돌아온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라돈아파트’에 이어 ‘산업폐기물 아파트’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모두 ‘합법’으로 치장되어 있다. 산업폐기물을 재활용 하는 합법적 시행령은 환경부 출신들이 만든 법률사무소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환경부의 법률 자문을 맡고, 법을 만들고 환경부는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 출신들과 법조인들이 만든 환경 분야 전문 컨설팅 업체라는 회사들과 법률사무소가 이러한 일들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환피아’와 ‘법피아’의 수상한 구조가 ‘환경’이라는 이름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것이다.

석포 영풍제련소에서 나온 대형 트럭이 어디로 가는지를 추적했다. 석포에서 태백을 지나 삼척과 동해 그리고 옥계로가는 도로에는 숱한 덤프 트럭과 마주쳐야 했다. ⓒ장영식

필자는 석포 영풍제련소 제2공장과 제3공장에서 나오는 대형 트럭들을 추적했다. 폐슬러지를 실은 트럭의 최종 목적지는 시멘트 공장이었다. 삼척의 삼표시멘트와 동해의 쌍용시멘트 그리고 옥계의 한라시멘트 등이었다. 이 산업폐기물들이 시멘트 공장에서 가공되어 우리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과정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간에 믿을 수 없는 음산한 현장이었다. 시멘트 공장에는 영풍제련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산업폐기물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줄을 이어 들어왔다.

‘새집증후군’이라는 말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최근 어린이들에게서 아토피염 환자가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어떻게 산업폐기물이 시멘트로 포장되어서 우리의 일상의 삶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러한 합법적 현실이 정상적인 나라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고도 참담한 현실이다. 

석포 영풍제련소에서 폐슬러지를 실은 덤프 트럭은 놀랍게도 시멘트 공장이 최종 목적지였다. 산업폐기물이 상품으로 둔갑되어 시멘트 공장으로 납품되어 일반 시민의 일상 속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새집증후군'과 함께 '라돈아파트'와 '산업폐기물아파트'가 등장하는 것이다. 전국의 산업폐기물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줄을 이어 들고 나는 시멘트 공장 앞의 놀라운 현장에서 더 충격적인 것은 이 모두가 합법적이라는 것이다. 산업폐기물의 재활용의 합법화에는 적폐 중의 적폐인 환피아와 관피아 그리고 법피아들의 거대한 거미줄 같은 인적 네트워크가 어두운 그림자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와 참담함의 충격이 떠나질 않았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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