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 최광웅] 선거제도개혁의 핵심고리는 과감한 특권 축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한국정치개혁의 출발이자 핵심임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정치경제 데이터 전문가 최광웅 씨의 글을 약 4회에 걸쳐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라며 기고를 수락해 주신 최광웅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 편집자

 

김용균법을 처리하던 지난해 12월 27일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곽상도, 장석춘, 신보라 의원 등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3박4일 일정으로 베트남 출장을 떠났다. 스케줄을 보면 다낭시 인민위원회와 현지 한인기업 등 방문 일정이 전부였다. 국민으로부터 관광성 외유라는 비난이 거세지자 이들은 일정을 하루 앞당겨 급히 귀국했다. 이렇듯 때만 되면 뻔뻔하게 외유성 해외연수를 가고, 밀실에서 쪽지예산을 나누고, 방탄 국회를 열어 비리 국회의원을 보호하기 때문에 국민의 시선은 대부분 국회의원은 죄 “그놈이 그놈”이다. 그 근거가 바로 다음의 여론조사 결과다.

<KBS>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현행 소선거구 단순 다수득표순 선거제도가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73.4퍼센트)”라고 답변해 “잘 반영한다(23.4퍼센트)”는 답변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중앙일보> 신년특집조사에서도 연동형비례대표 도입은 찬성(43.9퍼센트)이 반대(36.6퍼센트)보다 다소 우세했으나, 의석수 확대는 반대(75.8퍼센트)가 찬성(18.2퍼센트)을 4배 이상 앞섰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센터가 의뢰해 실시한 신년여론조사 역시 연동형비례제 도입 찬성의견(39.5퍼센트)이 반대의견(38.4퍼센트)보다 오차범위 이내지만 그래도 많았다. 그렇지만 적정한 국회의원 숫자는 “현행 300인 아래로 줄여야 한다(52.4퍼센트)”가 과반수를 넘어섰고, “현행 300인을 유지해야 한다(30.2퍼센트)”까지 합하면 80퍼센트를 훌쩍 넘어섰다. 이 셋을 종합하면 국민은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는 동의하지만, 밥값을 전혀 못하고 있는 20대 국회의원들을 이제 더 이상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1월 9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자문위가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국회예산 동결 및 의원정수 360인으로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정치개혁특위에 전달했다. 하지만 ‘국민 불신과 여론’을 핑계로 의원정수 확대를 무조건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은 전달식마저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자문위 권고안 초안을 청취한 이틀 전 이해찬 대표가 의원정수 60인 늘리기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쯤되면 국회 절대다수를 점유하는 더불어민주당(129석)과 자유한국당(112석)의 완강한 반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민심이 투표한 그대로 국회 의석에 반영하는 선거제도라고 풀이되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가 이번에 또 다시 좌절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른다. 손학규(바른미래당)-이정미(정의미) 두 당대표와 민주평화당 소속의원들의 릴레이까지 이어진 야3당 단식연대는 우리 정치사에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남은 길은 전혀 없는가? 물론 있다. 바로 민심에 부응하여 민심에 호소하는 길이다. 세계 정치사를 보면 선거제도 개혁은 기득권을 가진 정당이 시혜를 베풀어 이루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모두가 시민들이 나서고 소수정당들이 연합해 투쟁함으로써 맺은 귀한 과실들이다. 따라서 소수정당이 “나부터” 희생하는 결단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확대 반대여론은 바로 특권반대 여론에 다름 아니다. 국민은 거대 양당과 소수정당 소속을 구분하지 않고 국회의원 전부를 특권층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IMF가 지난해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1인당 GDP 4만 달러 이상이면서 인구 1000만 명 이상인 국가는 미국, 호주,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 9개 나라뿐이다. 이 가운데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다.

국회의원 연봉을 1인당 GDP(국내총생산)로 나누면, 즉 국회의원 연봉의 1인당 GDP배율은 지역구 1 대 비례대표 1 비율로 연동형 비례제를 하는 독일이 2.96배다. 쉽게 표현하면 국회의원 연봉이 1인당 국민소득보다 3배가 채 안 된다. 전체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만 뽑는 네덜란드는 2.15배이고 스웨덴은 겨우 1.76배다. 특히 스웨덴은 의원당 인구수가 채 3만 명이 안 된다. 비록 소선거구제이지만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도 1인당 GDP배율이 낮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은 2.61배이고 호주는 2.91배며 캐나다는 3.0배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통령제인 미국이 2.93배이고 프랑스는 그보다 더 낮은 2.53배다. 사실상 자민당 1당 체제로 정치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일본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따를 순 없지 않은가?) 일본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 정치선진국 국회의원연봉은 1인당 GDP의 평균 2.61배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4.46배로 엄청나게 높은 편이다. 

지금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 소속 48명 의원들은 의원연봉 및 보좌진인건비 동결 등을 전제로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한다. 당연히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다. 8개 정치선진국 수준에 맞춘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오히려 현재의 1억 4994만 원에서 1인당 GDP의 2.61배인 8780만 원으로 깎아야 마땅하다. 즉 연봉동결이 아니라 지금 받는 연봉의 절반 가까이를 과감하게 축소해야 한다. 야3당부터 이를 결단하라. 그러지 못한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단연코 없다.

최광웅

데이터정치경제연구원 원장.
30년 동안 국회, 지방의회, 청와대, 민주당 등에서 일한 대한민국 1호 데이터평론가. 역대 선거데이터와 각종 사회경제적 지표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해 왔다. 2015년 <바보선거> 출간 이후 주요 일간지 등에 다양한 데이터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대 총선 여소야대 및 국민의당 정당투표 2위를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19대 대선 때도 홍준표 3퍼센트 지지율 시점에서 안철수 3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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