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역학조사 문제 지적, 산재 인정범위 넓혀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이 삼성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판결했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생산직에서 일하다 퇴직 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 씨가 산업재해라고 1심 확정 판결했다.

박 씨는 1991-98년까지 7년 동안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했고 퇴사 13년 8개월 만인 2012년(39살)에 병에 걸린 사례로 이번 판결에서는 직업성 암의 잠복기가 고려됐다.

삼성반도체에서의 유방암 산재 판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2번째다. 하지만 반올림은 이번 판결이 지난해 말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인정 판결에서처럼 역학조사의 문제점을 가장 크게 짚었다고 평가했다.

1991-98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생산직에서 일하다 퇴직 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 씨. (사진 제공 =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당시 재판부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해당 노동자가 직접 수행한 업무에만 집중해 유해물질이 조사됐고, 업무와 관련된 공정에 있는 유해 요인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보연의 역학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가 박 씨가 실제 근무하던 당시의 업무환경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박 씨의 발병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가 2007년 다른 노동자의 역학조사 결과와 2009-10년의 연구 결과를 참고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반올림은 역학조사 기관이 업무관련성으로 산재를 인정한 경우는 5퍼센트에 불과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인정 비율도 높지 않지만 법원에서는 75퍼센트라며 “앞으로 역학조사의 문제점 및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판정 구조개선”을 중요한 과제로 봤다.

또한 반올림은 법원이 유전적 원인으로도 생길 수 있는 질병인 유방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도 크다고 밝혔다. 법원은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통해 유방암 발병이 유전적 원인보다는 근무환경에 따른 비유전적 원인 때문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라인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에 따르면, 배기설비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배기가스가 새는 사고가 일어났고, 노동자들이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안전설비 등이 완벽히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도 재판부가 지적했다고 반올림은 전했다.

한편, 지금까지 반도체 여성노동자의 유방암 산재 인정 사례는 이번 판결을 포함해 모두 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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