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성체와 성혈. (이미지 출처 = Pixabay)

공동체 형제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거나 가볍게 막걸리라도 한잔 하는 일이 벌어지면 종종 사목이나 전례, 신학 일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곤 합니다. 

어느 날 저녁에는 갑자기 성혈에 날파리가 빠진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문제가 불쑥 화제에 끼어들어 왔습니다. 

언젠가 속풀이에서 “성체가 땅에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을 다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실수로 성작을 엎어 성혈을 흘렸을 때는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날파리 등의 벌레가 성작에 빠진다거나 바람에 나뭇잎이 성작에 빠진다거나 할 때는 어찌해야 할까요? 

나뭇잎이 성작에 들어가는 일은 사실 일반적으로 벌어질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지순례나 스카우트 훈련 일정 중에 야외에서 미사를 봉헌해 본 분들은 그런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게다가 여름에는 성전 안에서 미사를 봉헌할 때에도 포도주 향을 맡고 어디선가 날파리들이 날아와 성작 주변에 날아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작덮개(라틴어로는 Palla, 영어로는 Pall)의 실제적 쓰임새가 생겨납니다. 성작을 들어 올린다거나 축성할 때를 빼고는 성작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고안한 것이 성작덮개인 것입니다. 

성작덮개를 준비해 놓았음에도 그것이 성작을 덮지 않고 있던 틈을 이용해 성작 안에 들어가 성혈에 나무 잎사귀가 빠졌다거나 곤충이 헤엄을 치게 되었다거나 하게 된 상황에서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1. 그것만 건져 내어 성작수건에 닦고, 성혈을 영한다. 성작수건은 잘 말린 후 세탁한다.

2. 그것을 건져 내어 입으로 성혈을 빨아 마신다. 나머지는 버린다.

3. 입으로 성혈을 깨끗이 빨아 마실 수 없다면 그냥 함께 마신다.

4. 이물질들만 다른 그릇에 담아 두었다가 물로 헹궈 마신다. 

대략 이런 의견들이 나왔는데, 전례를 전공하신 분은 한 방울의 성혈도 소홀히 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미사 전례 중에 벌어지는 일인 만큼 미사의 흐름을 방해해서도 안 되겠지요. 흠.... 건더기가 크지 않은 이상 그냥 다 들이키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설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벌 같은 녀석만 성작 안으로 안 기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 ‘알아 두어도 쓸 일은 거의 없을 전례’ 토론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체와 성혈을 공경하는 마음을 새롭게 할 수 있었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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