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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청년이 말하는 폭력은?

기사승인 2019.01.22  17: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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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동성당, 청년시민학교서 열띤 토론

“세례를 받은 청년들이 교회에 오지 않는다. 이러다 청년과 사회에게 외면 받는 교회가 되어버리고 만다면?” 청년들이 스스로 토론과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는 ‘가톨릭 청년시민학교’(시민학교)를 만들면서 제기됐던 문제의식이다. 시민학교는 서울대교구 제기동 성당에서 1월 한 달 동안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토론 중심 교육이다.

이 교육은 교회가 청년에게 영적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 것을 넘어, 청년들이 신앙인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스스로 실천하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사회나 교회와 관련된 구체적 현실을 주제로 한 강의가 이뤄진 다음, 청년들은 모둠별로 그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함께 나눈다. 각 모둠에는 한 명씩 토론 안내자가 있어, 참가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3주차 교육이 있던 지난 일요일, 이날은 먼저 의정부교구 정발산 성당 박병주 신부가 ‘우리의 삶은 평화로운가’를 주제로 평화와 폭력이란 무엇인지를 강의했다.

의정부교구 정발산 성당 박병주 주임신부가 이날 주제인 평화와 폭력에 대해 강의했다. ⓒ김수나 기자

박 신부는 ‘평화학’에서는 평화의 반대말을 전쟁이 아닌 폭력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전쟁이 없더라도 현실에는 수없는 폭력이 있기 때문에,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가 평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종류의 폭력 중, ‘구조적 폭력’에 더 주목했다. 특정집단이나 개인을 위해 법과 제도가 악용될 수 있고 폭력의 피해가 장기간에 걸쳐 발생되기 때문이며, 구조적 폭력은 법과 제도 같은 사회 시스템 때문에 발생하는 폭력을 말한다.

그는 안식일을 예로 들었다. 율법에 따르면 안식일에는 꼭 쉬어야 한다. 그런데 먹고 살기 위해 안식일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에게는 이 율법이 구조적 폭력이 된다. 이들은 율법을 지키지 못해 죄인이 되기 때문이다.

교회의 동성애 반대를 다른 예로 든 그는, 그들을 죄인으로, 만나서는 안 될 이들로 배제한다면 그것 또한 구조적 폭력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이전에 그들도 인간이며 사목적 대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이 폭력인지를 분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를 테면 많은 이들이 남북한 간의 분단체제 자체를 폭력적 상황으로 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분단체제 때문에 군대문제, 간첩사건, 국가보안법 피해 등의 폭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행, 갑질문화 등을 예로 들며 “폭력은 힘의 차이에서 생기므로 힘없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폭력이 제거되고 평화를 얻는다. 진정한 우리 이웃은 폭력의 피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참가자들이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만나는 폭력과 교회 안의 폭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의견을 나눴다.

사회나 뉴스 등에서 본 폭력의 사례를 각자 종이에 적은 뒤 참가자들이 생각을 나누고 있다. ⓒ김수나 기자

여성과 동성애 차별....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

한 참가자는 성체성사 때 신자들이 수녀님보다 신부님이 나눠 주는 성체를 더 받고 싶어 하면서 성체를 나눠 주는 신부님과 수녀님이 있을 때 신부님 쪽에 더 길게 줄 서 있던 장면을 떠올리며 교회 안의 여성차별을 느꼈다고 한다.

또 다른 참가자는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자신은 사람이 다 다르게 태어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경에서도 이들을 부정하고, 사회에서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자에게는 종교적 신념이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 신념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는데도, 교리를 근거로 동성애자에게 적대적이어야 하는가, 동성애 이전에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당 교리교사를 할 때 사제, 수도자, 본당 어른들이 자신의 봉사와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 때문에 신앙적으로 힘들었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봉사 자체는 좋았지만 신앙이란 이름으로 폭력을 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폭력에 대응해 어떤 실천을 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김수나 기자

권력형 성폭력 사건, 성희롱, 성소수자 문제, 직장 내 갑질과 폭력, 비정규직, 입시지옥, 세월호참사, 국가간 폭력, 병원 간호사 처우, 장애인 차별, 군대, 이산가족, 가짜뉴스, 악플, 부당해고, 가족간 폭력....

참가자들은 우리 사회와 일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폭력의 사례를 꼽았다. 또 이러한 폭력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평화교육이 필요하고, 무엇이 폭력인지를 알아채는 민감성을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한 참가자는 “다른 이의 행동에서 폭력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행위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내가 모르고 한 행동이어도 다른 이에게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도 봤다.

폭력적 상황에서 어떤 마음과 태도를 지닐 것인지, 폭력을 없애기 위한 실천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나눔도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할 수 있는 게 슬프게도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알리다 보면 힘이 모여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도 폭력적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세월호 유가족 심리치료가 부정적 여론으로 인해 무산된 사례를 들면서 이것이 큰 폭력임을 알리기 위해 동화를 써볼 계획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나눈 '폭력' 하면 떠오르는 주제어들. ⓒ김수나 기자

자신이 이용하는 SNS에 적극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는 방법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대학생 때 교수의 비합리적 요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안 좋은 댓글이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일관되게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간다면 함께하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성소수자를 반대했다는 한 참가자는 피정에서 사람들과 밤새 이 문제를 토론하다 독서모임을 만들게 됐고, 모임에서 관련 책을 읽고 여러 번 토론하며 자신의 입장이 바뀐 경험을 들며, 뜻이 맞는 이들과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하고 행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지난 1월 6일에 시작한 시민학교는 ‘자아’라는 허상 깨기, 거울에 집착하지 않기(이석균 신부), 예수는 왜 죽었는가?, 역사적 예수 탐구(전준희 신부)를 주제로 다뤘고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나요?-자본, 소유, 주체성(최재영 신부)을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시민학교를 담당한 제기동 성당 전준희 신부는 “시민학교는 27일 끝나지만 후속모임을 어떻게 이어갈지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논의해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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