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언제부터인가 시내를 오가다 거리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있는 장면을 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관심을 가진다면 그 미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긴 이들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을 위해,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것에 대해 저항과 경고를 하기 위해.… 등등 이렇듯 다양한 지향을 가지고 세상에 예언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 친구가 그처럼 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은 어느 교구에 소속된 이들인지를 물어 왔습니다. 모든 사제들은 각각 지역적으로 소속된 교구 혹은 수도회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소속 없이 미사 등의 성무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소속된 지역이나 수도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한 곳으로 수렴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거리에서 미사를 드리는 사제들의 소속지는 다양합니다. 많은 분이 그들을 모두 한 묶음으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 구성원으로 보실지도 있겠습니다. 아주 틀린 이해는 아니라고 하겠습니다. 

2018년 12월 25일,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을 위해 사제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김수나 기자

“사제단"은 1974년 군부정권이 당시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님을 체포 구금하는 사건에 대해 저항하고 갇혀 있는 무고한 시민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면서 생겨났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고무된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 태동부터 세상에 대해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고자 했고, 이에 공감하는 사제들 사이에서 자발적 움직임을 통해 구성된 모임이었습니다. 이후 그 정신과 실천이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사제단"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은 당연히 사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사제들이 참가대상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에 대한 명확한 구속력은 없습니다. 회비는 얼마며 정해진 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식의 규칙들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개인이 “사제단”이 제시하는 어떤 사안에 대해 동의하고 시간을 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활동하는 비정형의 결사체라고 보면 좋겠습니다. 대표사제와 총무사제만 있을 뿐입니다. 

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사제들이 포괄적으로 “사제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할 수는 있으나 그 사제 각자가 느끼는 소속감은 다른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하게 된 배경은 그들의 사목 분야(도시빈민, 노동, 환경, 정의/평화)와 관련된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도시빈민, 철거민 혹은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과 그들의 사목영역이 만나고 있기에 사회적 현안의 복음적 해법을 미사를 통해 구하고 있습니다. 미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함께 마음을 나눌 이웃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효과가 있습니다.

거리 미사의 주례 사제들이 몇 명의 한정된 인물로 구성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특수한 사목분야에 파견된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수사목에 파견된 사제들과는 달리 본당을 맡고 있는 사제들이 특수 영역의 다양한 사안에 맞춰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거리의 사제들은 “사제단”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그들의 사목분야에 대한 소속감을 우선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가 수도사제라면 자신이 소속된 수도회에 우선적 소속감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나 거리에서 그들의 구체적 소속은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미사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원하시듯 가난을 지향하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야전병원”과 같은 교회를 보여 줍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교회에 소속된 이들이라는 의식이 또렷해지면 좋겠습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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