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가톨릭 평화운동, 한국교회도 동참

국제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인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 International) 한국 지부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이 구성돼, 발기인 모집에 나섰다.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 창립 준비 모임은 가톨릭평신도영성연구소 박문수 소장,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변진흥 기획위원, 이성훈 경희대 공공대학원 특임교수, 가톨릭대 종교학과 최혜영 수녀, 김현순 씨 등이 시작했다.

이들은 25일 발기인 참여 제안서를 내고, “한국 지부는 국제 본부와 보조를 맞춰 한국 현실에 부합하는 평화운동 영역을 개척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며, “개인 자격을 원칙으로 평신도, 수도자, 사제, 주교 등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성훈 교수(안셀모)는 한국지부 창립 동기에 대해, “팍스 크리스티가 전 세계적 평화운동 단체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 교회와는 연계가 없었다”며, “남북 관계가 열리고, 교황이 방북 의지를 보이는 시점에서,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함께 하는 평화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교황의 방북은 한반도만의 차원이 아니라 전 세계적 사건”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가톨릭교회의 평화 운동은 ‘정의’가 중심이었고, 남북관계 역시 ‘화해’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정의와 평화의 균형, 화해만을 넘어선 보편적 평화, 군축과 핵문제 등을 모두 포함한 평화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그 절반을 채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관련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교회 간 교감과 연대가 필요하고, 특히 한국 교회가 보편교회 차원에서도 평화운동 세력과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준비모임은 우선 발기인 모집을 위한 2차 설명회를 2월 16일 오후 3시 서울 신촌 카페 엣쿰에서 진행한다. 또 올해 상반기에 공개 세미나와 공식 출범식을 계획하고 있다.

2016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와 공동 주최한 회의에 참석한 회원들. 이 회의에서 팍스 크리스티는 '정당한 전쟁' 교리를 '정의로운 평화'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 출처 = 팍스 크리스티 홈페이지)

팍스 크리스티, 주님의 평화
유대인에 대한 형제애 실천으로부터 전 세계 군축, 인권, 비폭력, 난민 보호까지
‘정당한 전쟁’을 ‘정의로운 평화’로

‘그리스도의 평화’라는 뜻의 ‘팍스 크리스티’는 제2차 세계 대전 말인 1945년 3월 13일,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위한 운동단체로 프랑스의 몽토방에서 피에르 마리 테아 주교가 시작했다. 당시는 아직 독일과의 전쟁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테아 주교는 프랑스가 독일에 점령되면서 유대인들이 권리를 잃고 수용소로 추방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에 항의하고, “현재의 반유대주의는 인간 존엄에 대한 도발이며, 인간과 가족의 가장 거룩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교회에 유대인 보호를 통해 그리스도교적 형제애를 실천하자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독일군에 체포돼 수용소에 갇혔다가 독일군이 프랑스에서 물러나면서 석방된 직후였다.

1948년 독일 케벨라에서 열린 첫 국제 대회로부터 팍스 크리스티 인터내셔널은 평화와 화해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적 ‘공인 가톨릭 평화운동 단체’로 자리 잡았다.

팍스 크리스티 창립자 피에르 마리 테아 주교. (사진 출처 = 팍스 크리스티 홈페이지)

현재 남아프리카 케빈 다울링 주교와 미국의 여성 평신도 마리 데니스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유엔, 유네스코, 유럽평의회와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등에 대표 자격을 갖고 있다.

팍스 크리스티는 복음과 가톨릭신앙에 바탕을 두고, “기도, 공부, 실천”을 방법적 원리로 삼는다. 이에 따라 “갈등전환, 평화 구축, 평화 교육과 청년 활동 지원, 비폭력적 방법을 통한 사회변화 추구, 각 나라의 사회정치적 맥락에 맞는 옹호 활동 참여, 회원 단체의 능력 증진을 위한 교류 주선과 자문” 등을 활동 방향으로 둔다.

1950년대부터 팍스 크리스티 운동은 신앙적, 영성적 운동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시작했으며, 냉전시대 동서 관계뿐 아니라 식민지 국가들의 빈곤 문제에 관여했다.

1970년대부터는 핵억제, 무기거래 중지, 동남아시아 분쟁, 부의 불균형에 따른 구조적 불의 문제 등으로 활동 분야가 확산됐고,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항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지원, 핵 군축 등이 이 시기 핵심 활동이었다.

1990년대까지 전 세계적 군축과 관련된 활동에 집중했고, 돔 에우데르 카마라 주교, 오스카르 로메로 대주교 등이 팍스 크리스티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2000년대 팍스 크리스티는 냉전 종식 이후 빈곤, 민족 분쟁, 인종주의, 난민 문제 등에 집중하고 있다.

또 팍스 크리스티는 2016년 4월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와 공동주최한 회의에서 ‘정당한 전쟁’ 교리("가톨릭교회교리서" 2309항)를 ‘정의로운 평화’로 바꿔, 새 회칙을 반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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