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복직 뒤에도 국가손배소 철회 안 해

지난 12월 31일 복직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올해 받은 1월 첫 임금에 정부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가압류가 집행됐다.

이번 가압류는 지난해 8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쌍용차 조합원에 대한 국가의 손배청구소송과 가압류 취하를 권고한 상태에서 집행된 것으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국가손해배상대응모임 등은 “국가손배 임금 가압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복직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2015년 이전에 정직됐다 복직한 노동자는 물론 2016년 복직한 해고 노동자 또한 임금을 가압류당했다고 밝혔다.

이날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은 “25일 첫 월급을 타기 전에 회사가 2009년 발생한 국가 손배소 가압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급여의 50퍼센트를 가압류한다고 통보했다”면서 “급여날까지는 잘 해결되고 최저생계비 정도는 보장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급여를 받는 순간 처참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복직해 한 달 가까이 일한 그가 25일 받은 첫 월급은 가압류로 공제한 91만 원을 빼고 85만 원이었다. 그와 함께 복직한 다른 두 명의 임금도 가압류됐다. 12월 31일 복직자 중 10명이 가압류 대상자로 앞으로도 임금 가압류는 계속 진행될 수 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등은 30일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손배 가압류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쌍용차지부는 먼저 복직한 이들이 이미 전부터 임금의 일부를 계속 가압류당했음에도 그들이 “아직 남은 해고자들이 복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임금 가압류를 이야기하는 것이 미안해 (말하기를) 꺼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를 기준으로 남아 있는 가압류 총액은 4억 원이며 채무자는 모두 39명이고 이중 27명이 복직한 상태로, 복직이 완료되면 희망퇴직자까지 포함해 총 4000여만 원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그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손배 가압류가 집행된 것은 정부와 경찰이 2009년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경찰은 2009년 쌍용차지부와 조합원 103명을 상대로 경찰 장비 손상 및 경찰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은 2013년 1심과 2016년 2심을 거쳐 현재 3심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2심 재판부는 경찰에 11억 676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파업 진압 당시 사용됐던 크레인 3대와 헬기 3대 파손에 대한 배상비용이 전체 배상액에 95퍼센트에 달한다.

쌍용차지부 등은 이날, 경찰 진상조사위원회의 국가 손배청구소송과 가압류 취하 권고가 이행되지 않았고, 3심 판결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압류를 집행한 문제를 지적했다.

재판을 맡고 있는 장석우 변호사는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국가가 집회를 주도한 노조와 지도부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 자체가 문제”이며 경찰 진상조사위가 밝힌 대로 파업의 강제진압 과정 자체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경찰이 손해를 보전 받기 위해서였다면 노조에게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노동자 개개인에게 부동산이나 임금 가압류를 집행한 것은 단순한 손배가 아닌 괴롭히기와 노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의 "쌍용차 조합원에 대한 국가손배 가압류 철회 권고"에도 쌍용차 복직자들에 대한 임금 가압류가 집행됐다. ⓒ김수나 기자

종교계를 대표한 조계종 사회노동위 양한웅 위원장은 “(쌍용차 대량해고 뒤로) 노동자와 그 가족 30명이 죽었다. 헬리콥터와 크레인이 부서진 것의 무게와 서른 명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고통은 너무나 크다”며 경찰의 손배를 즉각 풀라고 요구했다.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이태호 위원장은 “국가의 과도하고 부당한 개입으로 쌍용차 문제는 국가폭력이라는 민관합동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해고된 이들에게 손배 청구와 가압류를 집행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압류를 풀지 않은 경찰만이 아니라 이번 가압류 소송을 지휘한 서울고검과 수원지검, 노조를 사회악과 암 덩어리라고 보는 법무부도 책임이 있다면서 “파업을 불법으로 진압했으면 손해배상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복직한 이들이 10년 동안 해고자로 자식에게 제대로 책 한 권 못 사 주고 친척들 얼굴도 못 본 서러움으로 복직 뒤 첫 명절을 기대했을 텐데, 가압류되고 남은 월급이 80만 원이라니 입을 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연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의 논의에서 “손배 가압류는 국가 폭력임을 경찰청이 인정했고, 1월 월급이 나가기 전까지 해결될 것이라고 확답을 받아 잘 진행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가압류가 풀린다 해도 대법원에 계류된 손해배상청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압류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쌍용차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쌍용차 노동자에게는 국가손배 말고도 회사손배가 아직 남아 있다. 2015년 사측과 합의에 따라 회사손배로 인한 가압류는 철회됐으나, 2013년 1심 판결인 33억여 원의 회사손배는 아직 철회되지 않은 상태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