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아무도 미워하지 않았던 소녀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들. ⓒ장영식

평생 여성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 사셨던 김복동 할머니께서 1월 28일 영면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끝까지 싸워 달라”고 말했습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 불어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수요시위에 참여하셨습니다.

14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갔던 할머니는 60대가 되어서야 자신이 일본군 성 노예로 끌려갔던 피해자임을 고백했습니다. 그 이후 할머니의 삶은 일관되게 평화와 인권을 위한 삶이었습니다.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로서만이 아니라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한 삶에 자신을 던졌습니다. 할머니는 반전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인권 운동가가 되었고, 익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피해자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고령에 찾아온 암 투병 중에도 일본의 진정한 참회를 촉구했습니다. 아베 정부가 추구하는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죽기 전에 아베 총리의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의 간절한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평화를 향한 할머니의 여정은 영원할 것입니다.

김복동 할머니, 고맙습니다. 편히 쉬세요.

소녀의 간절한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평화를 향한 소녀의 여정은 영원할 것이다. ⓒ장영식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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