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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싸우기만 하는 존재?

기사승인 2019.01.31  17: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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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여기 연중 기획 1] 노동 :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신년 기획으로 2019년,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노동, 평화, 인권, 농업”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전문가 또는 당사자로부터 그동안 우리가 각 이슈에서 놓친 것은 무엇이며, 새롭게 인식할 것들은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기사 순서

1. 노동 :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영훈 신부

2. 평화 :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강주석 신부

3. 인권 : 이성훈 한국 인권재단 이사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4. 농업 :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백광진 신부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

 

노조는 회사와 싸우기만 하는 존재인가? 노조하면 이상한 사람? 노조활동은 퇴직하면 끝인가? 이런 질문에 다양한 제안으로 답하는 이가 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김선기 교육선전국장(토마스 모어)이다. 그는 또 계약직으로 가득한 가톨릭 교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노조, 가장 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 

노동조합은 보통 같은 직종이나 특정 사업체별로 만들어진다. 노조에 가입하려면 노동자 수도 많아야 한다. 기존의 큰 노조들은 노동자 수가 적은 사업장은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노조’는 이런 틀을 깼다. 산별이 아닌 지역 중심으로, 영세업체나 비정규직 노동자여도 단 한 명이어도, 하는 일이 다르고 실업 상태라 해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청소노동자나 경비노동자처럼 노동자 중에도 더 약한 노동자들을 위한 노조인 것이다.

일반노조는 1997년 외환위기 뒤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직종이 많이 생기면서 기존 노조가 보호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2000년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 만들어져 현재 17개 노조가 있다.

김선기 국장은 “모든 사람은 노동자다. 노조는 문턱이 높으면 안 된다. 지역에서 삶터와 일터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 일반노조가 추구하는 바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노조가 공공운수노조나 금속노조 등에 비해 조합원이 적어 비주류 노조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직접고용을 끌어낸 동국대 청소노동자 파업이나 제화노동자 최초로 공임 인상을 얻어낸 탠디 파업 등을 거치며 일반노조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텐디 파업을 보고 다른 제화노동자들이 용기를 얻어 일반노조에 많이 가입했다. 그는 이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더 약한 노동자들이 스스로 싸워 노동권을 지켜낸 결과라고 본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김수나 기자

당사자인 노동자가 노조 활동가 돼야

그는 노조는 노동자에게 방법을 안내하는 신호등 역할을 할 뿐, 노동운동은 당사자 운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오지 못한 이들이 열에 아홉은 되는 지금, 노조로 모이면 무언가를 이뤄 낼 수 있다는 것을 노동자 스스로 보여 주었고 그것이 노조 밖의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고 김용균 씨 부모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문제를 알리고 있다. 그동안 산재로 죽은 노동자가 한둘인가? 보통 이런 문제가 생기면 부모들이 덮자고 하거나 합의하고 끝난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투쟁해 얻는 것이지 정부에 읍소한다고 될 일만은 아니다”

그는 자신과 같은 노조 상근자는 교육, 언론홍보, 정책 등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하고, 현장에서 활동가가 나와야 한다고 본다. 당사자인 노동자가 최고 전문가로 실제 현장을 가장 잘 알기에 노동자가 노조 활동가가 되면 상근자보다 현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노조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기 사업장에만 머무르지 말고, 이웃 사업장은 어떤가, 우리 지역에 조직할 데는 없나 살피는 게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본다”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가는 노조를 꿈꾼다

그는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노동 운동의 미래는 어둡다고 본다. 그는 노조가 지역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방식으로 마을 공동체를 꾸리는 미래를 상상한다. 그는 이를 우리가 동네 교회나 성당에 가듯 노조에 나가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을 데려와 책도 보고 어울리면서, 우리 지역에 무슨 문제는 없는지 살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동네마다 동사무소가 있는 것처럼 노조 공간이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노동자들이 매번 투쟁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 주민과 함께 인문학 모임도 하고 다양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좋아하는 야구팀의 조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노조 조끼를 입고 다니는 것도 자연스러워지고, 노조 임원에 당선되면 동네에 현수막도 걸리기를 꿈꾼다.”

이렇게 되면 그는 지역의 노조원들이 지방정부나 의회를 감시하며 지역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지역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지역 주민과 함께 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민주노총은 매년 두 번 서울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하는데, 그 많은 조합원이 다 서울로 와야 하니 버스 대절비가 엄청나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버스 대절해서 올라올 것인가? 그러지 말고 각 도청이나 시청에서 지역별로 몇 명이 되는 지역에서 하자. 버스 비용을 차라리 다른 데 쓰면 좋겠다.”

노조활동은 퇴직하면 끝나는가? 김 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평생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이 꿈을 꾸자고 강조했다.

“지금 노동자들은 꿈이 없다. 좌절해 있고, 표정이 늘 어둡다. 꿈을 꾸자. 우리는 퇴직해도 평생 조합원이다. 국가 유공자가 죽으면 관에 태극기를 덮어 주듯, 우리는 노조 조끼를 관 속에 넣어 주고, 신부들이 관에 묵주 넣어 주듯 노조 깃발 관에 덮어 주고,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고 묘비명에 넣어 주면 어떤가? 한 번 왔다 가는 삶, 그래야 하지 않겠나?”

이를 위해 그는 뜻이 맞는 이들을 모아 비영리 단체 ‘365 노동자의 꿈’을 만들었다. 정부만 바라보거나 임금단체협상에만 매몰되지 말고 어떻게든 지역에서 일상 활동을 하고 어울리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365 노동자의 꿈'이 목표로 하는 공간 설계. (이미지 제공 = 김선기)

이 단체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동네에 노동자와 지역주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공간에는 회원 거주 공간, 노조사무실, 어린이 및 노동 전문 도서관, 생협, 북카페 등이 들어온다. 노동 상담도 이뤄지고 지방이나 해외에서 온 이들을 위한 숙소도 있다. 먼저 서울에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각 지역 거점마다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텃밭 가꾸기, 강좌, 역사기행 등을 진행하고 있다.

행복한 사회가 되려면 노조가 튼튼해야

그는 노조는 회사와 싸우는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회사가 잘해 주면 노조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복지가 튼튼한 유럽처럼 여유로운 삶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노조가 사회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의 노조는 임금교섭과 단체협약 투쟁에만 집중한 면이 있다. 물론 임금이나 고용안정은 기본이니까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런 싸움은 한국노총이나 어용 노조도 다 하는 일이다. 민주노조라면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노조보다 더 어려운 세력들이 있다. 예를 들면 농민운동은 다 죽어 버렸다. 아직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4대보험은 생각도 못하는 사회단체도 많다.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그는 유럽 사회의 삶의 질이 그나마 높은 것은 노조가 튼튼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들 나라에는 최저임금제가 필요 없는데, 사업장과 관계없이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을 준다는 보장을 노조를 통해 이뤄 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노조에 소속돼 있지 않아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고 한다.

그는 수많은 이들이 기를 쓰고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연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연금이 도입되면 좋겠다고 한다. 사용자와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국민연금처럼, 민주노총과 사업자, 노동자가 나눠서 부담하는 연금이 도입되면, 노동자들이 퇴직 뒤에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장치들이 노조에 애착심을 갖게 하고, 노조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내 계약직 양산, 노조 없는 가톨릭교회부터 바뀌어야

그는 가톨릭 주보에 실린 교회의 채용공고를 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며 “다 계약직이다. 창피하다. 교회가 그러면 안 된다. 교회의 노동사목은 다른 데 가서 시국미사하지 말고,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국 16개 교구청과 각 본당에서 일하는 이들까지 대규모의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교회 내에 노조가 없는 현재를 그는 교회가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위선적 상황으로 봤다.

그는 노동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도록 각 본당 사목회에 노동사목분과를 두자는 의견도 냈다. 본당 신자 대부분이 노동자로 살아가는데도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들이 가난한 이웃을 위해 헌금이나 후원금을 내는 것도 좋지만, 제도를 바꾸기 위해 노동의 가치와 문제를 나누고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각 동네마다 있는 천주교회가 성당의 일부 공간을 지역 노동자들이 쓸 수 있도록 내어 준다면 그것이 바로 자연스러운 노동사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자들이 교구장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교회와 싸울 필요도 있다고 말한다. 교회 내 노동자들이 교구청과 단체교섭도 하고, 노동사목위원회는 교회 내 노동문제에 지금보다 더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이상한 사람들 아니다.... 교육 필요

노조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과격하다, 기득권 집단이라는 시선에 대해 그는 언론의 왜곡된 시각이 달라져야 하겠지만 노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그간 민주노총이 시민들에게 알리는 일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노조의 활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노조가 낯선 존재가 아닌 일상적 존재가 돼야 한다고 봤다. 노조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데도 아직도 많은 이들이 ‘노조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바라본다고 했다. 이럴 때는 반대로 ‘왜 노조를 못하게 하나 혹은 안 좋게 볼까?’, ‘노동자들이 오죽했으면 저렇게까지 투쟁을 할까’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는 “누가 구속을 감수하면서까지 싸우고 싶겠나? 데모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데모를 하게끔 만든 구조가 잘못된 것이고 국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하는 국가가 오히려 파업을 유도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쌍용자동차 사태를 예로 들었다.

문제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 그는 노동과목이 교육과정에 필수과목으로 들어가고, 공공기업이나 공무원 시험 등에서도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단 한 번도 노동에 대해 정식으로 배워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노조가 정말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장치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통해 계속 알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수나 기자 ssuk316@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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