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열려 있는 감실. ⓒ왕기리 기자

성당 안에 들어서면 제단 위와 그 주변으로 여러 가지 사물이 배치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대, 십자고상, 감실 등입니다. 

감실(龕室, tabernaculum)은 예수님의 성체를 모셔 두는 곳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마련된 성체가 남는 경우 그곳에 보관합니다. 이렇게 보관되는 성체는 우선 특별한 사정으로 미사 참례를 못한 사람이나 병자들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미사 참례자 수에 비해 성체가 충분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조학균,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미사 이야기 2", 대전가톨릭대학출판부, 57쪽 참조) 

"미사 경본 총지침"에 따르면, 감실 안에 성체를 많이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제와 마찬가지로 신자들도 그때그때 미사에서 축성된 성체로 주님의 몸을 모시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85항 참조) 

이런 기능을 가진 감실은 성체를 잘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늘 닫아 놓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감실을 열어 두는 특별한 때가 있습니다. 바로 파스카 성삼일 중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이후입니다. 그때는 감실 안에 보관되어 있는 성체를 모두, 별도로 마련된 주님 수난 감실에 옮겨서 보관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당번을 정하여 성체조배를 하며 밤을 지샙니다. 이렇게 주님께서 수난을 앞두고 홀로 기도하셨던 사건을 기억하며 우리도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감실 중에는 안에 베일이 설치된 것도 있습니다. 베일은 성체를 모셔 두는 용기인 성합이 직접 보이지 않도록 해 줍니다. 즉, 감실 문을 열어도 베일을 열어 젖히지 않는 한 바로 성체를 볼 수 없습니다. 성체의 존귀한 의미를 강조해 주는 장식이라고 하겠습니다. 베일이 설치된 경우에는 성합을 꺼내고 감실 문을 닫아 놓을 필요가 없겠지만, 베일이 없는 경우에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감실 문을 닫아 두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그곳에 성체 외에 뭔가 다른 것이 없는지 보고 싶어 하는 신자 분들이 미사 전례에 오롯이 신경을 쓰시도록 돕는 배려라고 합니다.

주님의 수난 감실로 인해 성당의 감실이 비어 있음을 알리는 표시는 감실 문을 열고, 감실 등을 끄는 것입니다. 실제로 감실이 비는 경우는 없겠지만 만약, 성목요일 저녁 외에 감실이 비었을 경우에는 감실 등만 꺼 두면 되겠습니다. 

이와는 달리 성체는 모셔져 있건만, 성체등이 고장난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촛불 등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감실 등은 왜 빨개야 하는 거죠?”도 함께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종종 시간을 내어 감실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 앞에 나아가 조용히 머물러 보시길 권합니다. 그분과 우정을 쌓는 좋은 방법입니다.

박종인 신부(요한)
서강대 인성교육센터 운영실무.
서강대 "성찰과 성장" 과목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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