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 3일 만에, 가족대책위 “추가자료 수집해야”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체 일부와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기록저장장치가 2월 17일 발견됐다.

이는 심해수색 선박이 2월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50여 시간 만이며, 2017년 3월 31일 스텔라데이지호 사고가 난 지 23개월 만이다.

외교부는 선체의 일부인 선교가 선박 본체에서 분리된 상태로 발견됐고, 근처 해저 면에 있던 항해기록저장장치도 발견, 회수됐다고 밝혔다.

선교는 해도실과 조타실 등이 있는 선박의 전체 운항을 지휘하는 공간이다. 

가족대책위 공동대표 허영주 씨는 “심해수색 단 3일 만에 블랙박스를 찾은 것을 보니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하고 너무 허탈하다”며 “블랙박스 회수는 심해수색의 시작일 뿐”이라고 18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이어 “블랙박스는 사고 원인을 밝히고 실종자 생사 확인을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 회수 자체가 목적은 아니”며 “남은 기간 동안 선체의 절단면을 심도 있게 촬영해야 하고, 추가 증거 자료를 많이 수집해야 한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재난 상황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한다는 각오를 하기 바란다”면서 “정부가 재난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 선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심해수색 요청을 받아주지 않아 정말 힘들게 싸웠고, 지난해 공청회를 끝내고도 블랙박스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에만 회수하겠다며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덧붙였다.

2월 15일 사고해역에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인 심해수색 선박의 모습. (사진 제공 = 가족대책위)

한편 외교부는 남은 심해수색 기간 동안 선체 본체와 미확인 구명벌을 찾고 수중촬영을 통한 선체 상태확인 및 3D모자이크 영상 재현 등에 주력할 것이라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심해수색은 모두 2차로 진행된다. 1차 조사는 2월 14일부터 10일간 진행되며, 2월 말쯤 심해수색 선박이 우루과이 몬테비데오로 이동해 선원 교체 등을 하고 다시 사고 해역으로 가 15일 정도 더 수색한다.

이번 심해수색은 정부가 해양 사고 선박에 대해 실시하는 첫 사례다. 

한편, 부산지방검찰청 해양환경범죄전담부와 부산해양경찰서는 2월 8일자로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의 김완중 대표이사를 비롯해 한국선급 검사원과 관련 검사업체 대표 등 모두 12명을 선박안전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부산지검과 부산해경이 2월 1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선사가 "설계 조건과 달리 화물을 적재, 운항"했고 "선체 바닥의 빈 공간을 당초 승인과 달리 폐기 혼합물 저장 공간으로 사용해 부식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선사가 이를 확인했음에도 3개월 가량을 방치한 채 운항을 강행했다면서 "선체 격벽의 중대한 변형과 부식" 등을 이후 선체 침몰의 전조 증상이라고 봤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심해수색 결과를 바탕으로, 직접적 침몰 원인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교 근처에서 발견된 항해기록저장장치. (사진 제공 = 외교부)
선박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로 발견된 선교. (사진 제공 = 외교부)

스텔라데이지 사고 뒤 지난 2년 동안 한국인 실종자 8명 중 5명의 가족들은 실종자 생사여부 확인과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가족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며, 심해수색을 요구해 왔다. 

침몰원인과 실종자 생존 확인 요구가 공론화되면서 국회는 2017년 심해 수색장비 투입을 위해 50억 원의 예산을 상정했으나 최종 의결안에서 타당성과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전액 누락된 바 있다.

가족대책위와 사회 각층의 지속적 요구에 따라 지난 2018년 4월 19일 정부는 국회, 해양 및 선박 전문가, 실종선원 가족과 시민사회 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심해 수색장비 투입의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공청회 결과, 수색 장비 투입에 기술적 문제가 없으므로 심해수색을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란 지적과 함께 침몰 원인을 알기 위해 블랙박스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러한 여론 수렴을 거쳐 정부는 지난 2018년 8월 14일 국무회의에서 심해수색을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 미국 심해수색 전문업체인 오션 인피니티사와 심해수색을 위한 용역 계약을 맺었다.

심해수색 선박은 지난 2월 14일 사고해역에 도착해 원격제어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수색을 실시했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심해수색선에는 실종자 가족 1명, 한국해양과학기술원 1명,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1명이 함께 승선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약 26만 톤의 철광석을 싣고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을 출발해 중국으로 가다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현재까지 한국 선원 8명, 필리핀 선원 14명이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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