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청년들 양곤에서 ‘이동학교’ 개최

우리신학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은 2월 11-15일 미얀마 양곤의 ‘평신도 선교교육원’(LAMIN)과 공동으로 ‘이동학교’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미얀마 교회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가 설립한 신학 교육기관인 선교교육원에서 수학하고 있는 학생들과 교회 관련 NGO 활동가 등 청장년 3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2월 13일 행사장에서 20킬로미터 떨어진 “빤쀼렛”(Pann Pyo Let) 학교를 방문하고 교장인 아신 삔뇨바따 스님의 강의와 미얀마가 당면한 여러 문제와 관련해 참가자들과 얘기했다.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아신 스님은 미얀마의 가장 큰 문제가 정치적 불안정에 있다고 지적하고 민정이양 전 군부정권에서 악행을 저지른 이들이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보았다.

“재판에서 전직 군인들이 유죄를 선고받고 형을 살았지만 풀려난 뒤에는 의회 의원이나 각료로 복귀하는 상황을 보면서, 또 헌법개정 같은 선거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은 현 정권의 무능에 실망하고 있다. 또 군부의 힘이 막강한 현실에서 의회 의석의 25퍼센트를 군부에 보장하고 있는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이 이행되리라는 데에 무척 회의적이다.”

빤쀼렛 학교 교장 아신 삔뇨바빠 스님. ⓒ황경훈

그는 라카인 주의 로힝야 이슬람인 문제와 관련해 로힝야 분리주의 그룹을 비롯해 부족 일반을 테러집단으로 보는 여러 보도와 루머가 있고, 반대로 수십만의 로힝야 부족이 죽거나 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거 없는 소문에 부화뇌동하기보다는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자기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든 군부가 로힝야 사태를 악화시키고 수많은 희생자를 내게 한 데 책임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빤쀼렛 학교는 “모든 이를 위한 평화환경 조성”을 목표로 2004년 불교 사원 경내에 설립되었으며 종교와 상관없이 가난한 학생들을 교육시켜 오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300여 명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고 160여 명의 중고등학생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어진 워크숍에서도 미얀마의 정치적 불안정과 라카인 주의 로힝야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종교간 연대를 바탕으로 민주화, 헌법개정 등의 정치 및 사회분야에서 활동해 온 ‘쉐어 머시’(Share Mercy)의 와얀 띤 마웅윈 의장은 인도인 이슬람인이나 중국인 이슬람인이라는 이름이 있듯이 로힝야 이슬람인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은 비록 1950년대라는 길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근본적 권리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이슬람인인 와얀 의장은 “군부가 라카인 주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교묘한 정치술책으로 라카인 불교인과 이슬람인을 서로 적으로 만든 측면이 크다”고 보았다.

'쉐어 머시'의 와얀 띤 마웅윈 의장과 다우 니니탄 사무총장. ⓒ황경훈

불교도인 다우 니니탄 사무총장은 역사적으로 로힝야 이슬람인이 다수인 라카인 주가 군부정권이나 현 민간정부에게서도 외면당해 온 것이 사실이며 경제개발이나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주민들 대부분이 가난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들, 이를테면 만달레이 주에서 이슬람인이 다수인 불교인들에게 환영받는 것과는 현저하게 다르게 로힝야 이슬람인은 라카인 주의 불교도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일부 로힝야 극단주의자들이 불교인을 공격하고 죽인 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권이 이를 이용해 라카인 불교도와 이슬람인을 서로 증오하도록 문제를 확대시킨 탓이 크다.”

모니카 마자투 수녀는 평화를 위해 종교인이 나서야 한다면서 찰스 보 추기경이 2017년 개최한 종교간 회의를 소개했다. 200여 명의 불교인, 이슬람인, 그리스도인, 힌두교인 지도자가 참가한 이 자리에서 보 추기경은 “미얀마 군대가 50만이지만 불교 승려, 그리스도교 성직자 등 종교인의 수는 그보다 많다”면서, 이러한 ‘평화의 군대’가 힘을 합해 폭력이 아니라 대화와 상호이해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미얀마의 정치사회문제를 비롯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평신도와 사회교리’ ‘아시아 현실과 평신도의 선교사명’, ‘종교간 대화와 인권’, ‘평화를 위한 종교인의 역할’ 등에 대해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평신도 선교교육원장 존 마웅(42)은 미얀마에 가톨릭이 들어온 지 5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 신학교육원이 설립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 마웅은 선교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5년여의 준비를 거쳐 교육원을 설립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시아 평신도지도자 포럼과 긴밀한 관계를 가져 왔다.

지난 11-15일 미얀마 양곤의 '평신도 선교교육원'과 우리신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아시아평신도지도자 포럼 '이동학교'를 열었다. ⓒ평신도 선교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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