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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과 한숨만 남은 고통

기사승인 2019.02.21  14: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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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핵발전소 폭발로 고향을 떠나 입주한 가설주택의 모습은 왠지 더욱더 쓸쓸해 보였습니다. 할매들이 깍아 놓은 곶감의 모습에서 밀양의 모습이 애잔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장영식

일본 후쿠시마현 다테에 있는 응급가설주택에는 많은 분이 떠났습니다. 가설주택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는 부산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도요다 나오미 사진가가 저를 부산에 있는 고리 핵발전소와 신고리 핵발전소를 집중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사진가라고 소개하니 더욱 반갑게 두 손을 잡고 맞아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보고 단번에 “속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두 해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8년이 흘렀다”며 “값싼 전기라는 말에 속았다”고 한탄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이제 우리는 과학이 무섭다”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가설 주택에 홀로 계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10년 넘도록 밀양 산정에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765는 핵발전소의 자식이다”고 절규하시던 밀양 할매들의 모습이 교차되었습니다.

후쿠시마현 다테에 있는 응급 가설주택에서 만난 할머니는 "값싼 전기라는 말에 속았다"며 "과학이 무섭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핵발전소가 폭발했기 때문입니다. ⓒ장영식

최근 밀양 할매들은 격노하고 계십니다. 2월 18일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이날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밀양 주민 10여 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실정법을 어기면서까지 송전탑 건설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민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실현돼야 할 법치주의를 배격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며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로써 밀양 주민들은 징역 6월-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 등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밀양 주민들뿐만 아니라 녹색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사법부와 정부, 한전을 규탄하는 논평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밀양과 뜨겁게 연대했던 녹색당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결론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며 밀양 주민들이 “비상식적이고 반민주적인 공권력행사에 저항한 것은 정당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유죄확정 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라며 “녹색당은 문재인 정부에게 다시 한번 촉구한다. 최소한의 책임감이 있다면, 더 이상 늦기 전에 밀양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밀양 주민들은 너무 오래 기다려 왔다.”며 밀양에서 이루어졌던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밀양 주민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밀양에서 이루어졌던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밀양 주민들이 명예회복을 이루는 그날까지 변함 없이 함께할 것입니다. 우리는 밀양 어르신들의 생태적 땅의 영성을 지지하며, 탈핵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장영식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로 8년 동안 집을 떠나 가설주택으로 피난 왔던 후쿠시마 할매의 고통과 핵발전소 때문에 생긴 송전탑이라는 괴물 때문에 온몸으로 싸워야 했던 밀양 할매의 고통은 같았습니다. 그것은 차별과 소외의 고통이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의 반민주적 기만정책과 폭력에 의한 고통이었습니다. 그것은 핵발전소 때문에 고향을 지켜내지 못한 원망과 한숨의 고통이었습니다.

장영식(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장영식 editor@catholicnews.co.kr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기사는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누구나 출처를 밝히고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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