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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저곡가 정책, 이상하지 않은가?

기사승인 2019.02.28  17:3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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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여기 연중기획 1] 농업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신년 기획으로 2019년,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노동, 평화, 인권, 농업”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전문가 또는 당사자로부터 그동안 우리가 각 이슈에서 놓친 것은 무엇이며, 새롭게 인식할 것들은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기사 순서

1. 노동 :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영훈 신부

2. 평화 :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강주석 신부

3. 인권 : 이성훈 한국 인권재단 이사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4. 농업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 /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백광진 신부  

 

“농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넘겼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의 진단이다.

지난 30년 사이 농민 인구는 약 1000만에서 이제는 겨우 250만 선을 유지하고, 그나마 60퍼센트 이상이 65살을 넘고 있다. 2017년 기준 전체 식량자급률은 48.9퍼센트, 곡물자급률은 23.4퍼센트로 그나마 쌀을 뺀 곡물 자급률은 약 5퍼센트다. 그 가운데 밀은 98퍼센트를 수입한다. 전체 식량의 50퍼센트를 수입 농산물로 채우고 있지만, 전 세계적 기상이변과 사료곡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제곡물시장은 불안정해지고, 위기가 닥치면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농업은 단순히 ‘산업’이 아니라 환경, 생태, 토지공개념, 식량주권, 생명권, 평등권 등 보호해야 할 가치 자체다. 그러나 지난 정권까지 농업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생산’의 틀에 맞춰지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당연히 도태되어도 될 대상이었다.

현 정부도 다르지 않아서, 지난해 12월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농민권리선언’을 채택했지만 투표에서 한국은 기권했다. 농민권리선언은, 농민 공동체와 소농을 비롯한 모든 농민과 농촌 노동자의 권리 존중을 위하고, 농업, 농촌, 농민의 가치를 재정립하자는 의미였다.

'촛불정부'가 들어서고 농업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일말의 희망을 갖고 농업 회생의 골든타임을 절박하게 외치며, 근본적 문제 접근을 위한 정책과 기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가 올해 4월 출범한다.

그러나 지난 2002년부터 2009년까지 농특위의 실패를 경험한 농민들은 여전히 근심이 깊다. 지난해 농민들과 농업 관계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으로 요구한 것은 “농업 정책의 철학과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여전히 농업은 ‘1차 산업’으로 투자의 대상도 아니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맨 왼쪽). 지난 연말, 그는 농업 정책 개혁과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단식농성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 이재욱)

현재 농업 상황에 대해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은 “농업은 그 성격상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지는 분야이며, 그 가치 역시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농업이 “시장에서 누가 더 자본을 많이 가져가느냐는 싸움”에서 밀려 온 탓에 특히 후계자 양성을 하지 못한 것이 현재 더 큰 위기를 가져왔다면서, “농가 지원이나 창업 농민 지원 등으로는 1년에 1만 명씩 줄어드는 농민의 수를 따라잡을 수 없다. 유럽처럼 농업을 보호대상으로 보고, 국가정책도 국민을 살리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빠르게 해체되는 농촌, 사라지는 농업인구와 농토는 곧, 식량자급률의 문제이며, 농촌과 도시 사이의 심각한 불평등 문제다.

먼저 식량자급률의 의미에 대해 그는, “식량을 50퍼센트나 수입하고 있지만 외국이 우리에게 안정적으로 항상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그러나 정부는 2022년 5년 단위의 자급률 목표치를 60퍼센트에서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식량자급률을 계속 포기하거나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먹거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량자급의 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극단적인 것이고, 쉽게 ‘경고’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미 먹을거리 문제로 고통을 겪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에 위기의 가능성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아듣기 어렵지만, 피부에 와닿는 순간 처참한 상황이 된다.”

이재욱 소장은 식량자급을 하지 못해서 벌어질 식량위기에 대해 “먹을거리는 5퍼센트만 과잉생산되어도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지지만, 5퍼센트만 부족해도 폭등한다”며, “농산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수입을 하고 있고, 저곡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가격에서 올라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닿는 체감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1970년대부터 유지한 농산물저가 정책에 대해 아직도 각성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묻는다. “당시 수출주도형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낮게 책정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하지만 농산물은 여전히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입하고 있다. 삶의 질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이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는 스마트팜과 같은 대농, 기업농 중심의 육성, 지원에 대해서도 “농업에 대한 가치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 구상이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팜은 고도의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농업 방식인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은 기존 농산물과 같겠지만, 현재 어렵게 유지하는 중소농, 영세농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면서, “이들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농업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하면서 자본집약적 농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이 죽기 직전까지 씨를 뿌린 우리밀 밭. 현재 밀 자급률은 2퍼센트가 되지 않는다. ⓒ정현진 기자

중소농과 영세농가 보존이 중요한 이유는 농토 보존과도 연관된다.

이 소장에 따르면, 농업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중소농도 무너진다. 문제는 이미 전체 농지 가운데 50퍼센트를 넘은 부재지주 비율인데, 이는 자기 땅에서 농사짓는 농민이 50퍼센트 아래라는 것이고 이들은 소작농이다. 상속받은 이들이 농사를 짓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부재지주 비율이 커지고 동시에 소작 규모도 커진다.

소작농은 빌리는 땅값을 감당하기 위해서 농사 면적을 더 늘리고, 늘어난 소작료만큼 소득은 줄어든다. 결국 혼자 농사지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기계를 사용하고, 기계의 규모도 커진다. 이는 생산기반의 확장이나 소득 증가가 아니라 기존의 소득수준을 간신히 유지하기 위해 농지를 늘리는 악순환이다.

이에 대해 이 소장은 “정부나 공기관이 부재지주들이 가진 농지를 사서, 싸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농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뒤, 농민들이 협력해서 농사를 짓도록 해야 중소농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정책이 실현되기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역시 농정적폐 때문이며, 가장 큰 적폐는 농림수산식품부 관료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농업공약이 100대 과제 발표에서 더 우클릭한 상황에서 관료들의 관성화된 정책이 그대로 담겼고, 심지어 이전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폐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관료화된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전 정권에서 부정에 연루된 이들이 남아 있고, 오히려 승진을 하고 있는 농식품부가 실제로 농특위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의 소멸은 결국 지역 마을의 소멸이라고 걱정하며, “이는 농촌 유지뿐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의 문제다. 국가와 지자체가 지역 소멸, 농촌 과소화, 지역 불균형을 막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경부선 중심 지역은 인구가 지나치게 밀집된 반면, 의성군 등 일부 지역은 곧 사라질 지역으로 꼽히는 등, 인구 불균형이 심각하다. ‘1면 1학교’ 정책도 무너져 면단위인데도 학교가 없는 지역이 생겼다. 학교, 병원이나 교통 시설 등 기간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는 아무리 다양한 형태로 이주해 와도 제대로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살아가기 어렵다.

이 소장은 이런 맥락에서 농촌이 소멸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마을을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몇몇 마을에서는 학교와 노인 일자리 마련, 도서관 운영, 공동주택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을 살리고 있다며, “모든 마을을 다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거점 지역을 살리면 그 주변 마을은 그곳에 기대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은 모두 실패했고, 오히려 돈을 투자하면 마을이 분열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스스로 살고, 살리려는 주체가 형성된 곳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설계한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돈이 아니라 사업 내용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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