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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에 없는 농민, 사목 대상에서 배제됐다

기사승인 2019.02.28  17: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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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여기 연중기획 1] 농업 :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 서울우리농 백광진 신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신년 기획으로 2019년, 한국사회가 직면한 주요 이슈를 어떻게 읽고 대응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노동, 평화, 인권, 농업”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한 교회 안팎의 전문가 또는 당사자로부터 그동안 우리가 각 이슈에서 놓친 것은 무엇이며, 새롭게 인식할 것들은 무엇인지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기사 순서

1. 노동 :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 /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이영훈 신부

2. 평화 : 이대훈 성공회대 교수 /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강주석 신부

3. 인권 : 이성훈 한국 인권재단 이사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4. 농업 :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백광진 신부 /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재욱 소장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이 정부의 시작, 촛불의 시작에는 백남기 농민이 있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부라면 인간적 도리로도, 생명평화 일꾼인 백남기 농민의 명예 회복 차원에서도, 그의 요구인 쌀값 목표치를 제대로 정해야 한다. 쌀값을 정하는 절차도 다른 생산물처럼 생산자인 농민이 합당한 가격을 제시하고, 국민이 받아들이는 과정이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는 이 방식을 언제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은 농업 정책과 한국 사회에서 농민 처지의 상징과 같은 쌀값을 말하며, '촛불 정부'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농업 현실을 토로했다. 

정 회장은 농림부 장관을 5개월이나 공석으로 두고도 아무렇지 않은 정부, 농업예산이 사실상 줄고, 농산물을 생산하는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대기업의 농업진출을 허락하는 현실을 보며, “이 정부도 결국 반농민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농민과 소통하지 않고 최소한의 협치도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대통령과 농민 140명이 만나는 자리에 가톨릭농민회 대표로 초대받았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는 마음을 연 소통의 자리, 정부의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로의 정책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어야 했지만 결국 이벤트였다”며, “가농 회장으로서 결정하기까지 마음이 매우 불편하고 고민도 많았고, 성탄을 앞둔 시기에 스스로 마음을 닫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실망스런 결과는 예상과 같았다”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 정한길 회장. ⓒ정현진 기자

그는 2013년 농민 주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의 한 성당에서 강론한 것을 떠올린다. “당시 그는 교회의 생명중시 입장에서 농업을 뺄 수 없고 이를 위해 교회가 나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가장 큰 덕목은 국민들이 제 땅에서 생산된 곡식과 채소, 과일을 넉넉히 먹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실은 농민의 자리와 국민의 건강을 모두 잃고 있다. 식량자급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책임도 부여해야 한다.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한길 회장의 시선은 여전히 백남기 농민에 머물러 있다. 농민 백남기가 누구였고, 그가 외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아직 많은 이들이 제대로 모르고 있고, “농사짓게 해 달라는 외침이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한 국민의 희생”에 그쳤다는 아쉬움이다.

그는 “농업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면 농업, 농민이 어디서든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며, “사양산업이 아니라 인문학적, 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농업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서 농민단체의 책임도 크지만, 특히 생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톨릭교회가 그 가치의 무게를 제대로 알아듣고 발상을 전환하기를 바랐다.

정 회장은 교회 제도권에 대한 도전으로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가톨릭농민회는 농민 권리와 현안을 위한 운동의 방향으로 생명공동체운동을 선택했다”며, “이 운동은 교회 전체의 운동이어야 하지만, 1994년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교회에서 시작되고 농민주일이 제정된 뒤에도 이 운동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했고, 공동의 목표가 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가을걷이 감사미사에서 농민들은 한 해 동안 기르고 거둬 들인 생명농산물을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농민사목에 대해서 교회의 시노드, 사목교서 등을 통해 함께 가야 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적으로 적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농민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목 대상에서 배제한 것이다. 농민사목은 교회의 기본적 문제이며, 생명공동체운동 역시 교회의 지향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농민이 사목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며, 당연한 교회의 일이어야 한다며, “교회 자신의 일로 정립하고, 좋은 생각을 실천하는 신자들을 지원해, 하느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그는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한 생명농산물을 일반 시장에서 팔기보다는 우선 교회의 형제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이것은 거래가 아니라 나눔이다. 그 나눔에서 교회가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농산물 자체가 복음이고, 가농 활동은 선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가톨릭농민회 회원 1000가구가 생산하는 농산물을 가톨릭 신자들이 다 소비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하는 생명농산물은 돈 있는 이들이 비싸게 사 먹도록 생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프고, 어려운 이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먹거리이기도 하다며, “사회복지 차원에서 교회가 이들에게 생명농산물을 먹일 수 있다. 소비할 방법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백광진 신부
"우리농운동은 왜 신앙운동이 아닌가?"

1994년 시작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25주년을 맞았다.

“우리는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면서 이로부터 새로운 삶의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우리는 도시와 농촌의 생명, 생활공동체운동만이 ‘함께 살고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하느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생명의 먹거리를 제대로 나누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1994년 6월 29일,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 창립선언문)

창립선언문에 이르듯,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과 농촌만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 모두를 살리기 위한 생명공동체 운동”이다.

25년 전 교회가 생명공동체운동으로 선언한 이 운동은 현재 어느 지점에 와 있을까?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 백광진 신부는 “사실상 부족한 면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2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교회 안에서 우리농운동은 사제들조차 ‘장사나 먹거리 사업을 하는 집단’쯤으로 생각하거나 공동체 운동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짚었다.

백 신부는 “우리농운동은 단순히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하고 판매하자는 사업이 아니라 생명운동이자 공동체운동, 신앙운동”이라며, 여전히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활동, 이 운동을 신학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올해 구체적 실행을 위한 원년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조직인 가톨릭농민회와 도시 활동가 조직인 생활공동체협의회 사이의 유기적 활동으로 구성된다. 단순히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과 도시, 농민과 소비자들이 만나고, 이해하며 서로의 삶을 구축한다. 이러한 구조와 역동성은 또한 사회교리의 원리인 공동선, 보조성, 연대의 맥락이기도 하다.

이러한 우리농운동이 운동이 아닌 ‘장사’로 인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농 매장이 농산물 나눔의 현장이 아니라 본당 재정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백광진 신부. ⓒ정현진 기자

현재 서울대교구 소속 46개 본당에서 우리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을 관리하는 이들은 생활공동체 ‘활동가’들이다. 원칙적으로 각 본당에서 이뤄지는 농산물 나눔은 제철 1차 농산물 중심의 직거래다.

판매가 아니라 ‘나눔’인 것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며, 최소한의 수익금 역시 운동조직을 유지하고, 농촌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직거래의 목적은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직거래가 농산물을 생산한 농민과 이를 나누어 먹는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나 판매가 아닌 ‘나눔’이 핵심이라는 것은 실제 상황에서도 보인다. 가톨릭농민회는 쌀값을 책정하면서 소비자의 요구가 아니라 생산단가를 우선 고려한다. 2년 전에는 쌀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되면서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걱정해 농민들 스스로 쌀값을 낮췄다. “노동의 대가를 적정하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동시에 소비자를 걱정하는 태도도 버리지 않는다.

백광진 신부는 이에 대해, “도농교류와 직거래라는 원칙을 강조해야 하고, 농산물 나눔뿐 아니라 생명운동 차원의 다양한 실천과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며, “운동은 매장이 없어도 가능하다, 우리농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더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촌살리기운동에 참여하는 활동가나 회원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교회 구성원들이 보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으로 운동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농운동은 생명운동이며, 우리가 차리는 밥상, 그 밥을 먹는 행위 자체는 미사 성제와 같다”며, “예수님의 살과 피가 제대에 오르듯이 밥상이라는 제대에 농민의 피와 땀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 신부는 ‘생명 살림’을 중심에 둔 우리농운동은 우리 삶과 신앙의 본질이기 때문에 이 운동 자체에 멈추지 않고 파생되는 가치들이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민들을 바라보는 시선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온전한 주체로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다. 올바른 생각과 몸으로 삶을 이루기 위해서 농민들과 함께하는 것이”이라며, “바른 관계를 맺고, 바른 먹거리를 먹으며 또한 그것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다. 이 운동으로 성사적인 삶을 드러내는 아주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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